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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④] 공공기관 경평, 정부 입김 지우고 자율·공공성 입혀야


입력 2022.06.24 11:49 수정 2022.06.24 11:5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경평 도입 40년, 해묵은 논란 반복

강도 높은 개혁 예고한 기재부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안 마련

과정은 ‘자율’, 결과는 ‘책임’ 중요

최상대 기획재정부 차관(가운데)이 6월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년도 경영평가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하자 이번 기회에 경영실적 평가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비상경제 상황에서는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호화청사를 과감히 매각하고, 고연봉 임원은 자진해서 과도한 복지 혜택 등을 반납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지적에 기획재정부는 호화청사 조사는 물론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이하 경평) 제도까지 손보기로 했다. 기재부는 지난 20일 2021년도 공공기관 경평 결과 및 후속 조치를 발표하며 “최근 공공기관 경영 여건, 정책 환경 변화 등을 종합 고려해 경평 제도 전면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구체적으로 공공기관 본래 설립 목적인 공공성과 기관 운영과정에서 효율·수익성이 더욱 균형 있게 평가될 수 있도록 지표를 재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했던 사회적 가치 중심 지표의 배점을 낮추고 재무성과 지표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기관 평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사·중복 지표 축소 등 경영평가 지표를 정비하고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기능·인력조정 등 생산성 제고와 민간혁신지원 노력 등을 핵심 지표로 설정하고 개선도를 성과급과 연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기재부는 민·관 합동 제도개선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년도 경영평가편람에 단계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기재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평소 경평 제도 한계를 지적해 온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업무 본질적인 사항에 대한 평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동안 경평 제도가 가진 문제점들이 공공기관의 경영 혁신보다는 평가를 위한 평가, 보여주기식 사업에만 치우치게 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2014년 경평 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주영 전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개별 공공기관 고유한 설립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표를 자세히 검토하고 단기목표만 설정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연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지표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과도하게 운영하는 공통과제의 지표별 세부과제, 특히 정부 권장과제나 지표 성격 자체도 모호한 내용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짧은 평가 주기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공공기관 경평은 해마다 진행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2019년 11월에 평가편람을 만들면 공공기관은 이를 기준으로 2020년에 사업을 하고, 평가는 2021년에 받는 형태다.


1년 단위로 평가하니 보여주기식 사업에만 몰두하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 공통된 지적이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경평 외에도 항상 감사원 감사와 부처 내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구성원들은 1년 내내 감사 업무에 시달려야 한다는 볼멘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항상 약점으로 제기되는 게 단기성과에 매몰되는 문제”라며 “1년마다 평가를 하므로 가시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중장기적 목표를 세워 3~5년 계획을 갖고 실현해 나가는 게 필요하고 그런 구조로 나가야 하는데 당장 기관장 임기도 그 정도가 아니어서 장기적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평가항목이 지나치게 많은 점도 개선과제로 손꼽는다. 경평을 도입한 가장 큰 이유가 공공기관에 자율성을 부여해 효율적인 기관 운영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세세한 평가 항목이 정부 영향력을 강화해 통제 기능으로 작용한다고 꼬집는다.


경평 결과와 성과급을 연계하는 대목도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공공기관은 경평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데 1000만원이 넘기도 한다. 일반 기업 경우 성과급이 전체 임금의 10% 내외지만 공공기관은 20~30% 가까이 된다. 일각에서는 성과급이 사실상 급여 일부를 포함하는 개념이라 과도한 것만은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논란을 모두 포함해 성과급 제도를 다시 손봐야 한다고 말한다. 전체 임금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니 공공기관 직원들은 경평 기준이 비합리적이거나 기관 본연의 업무에 맞지 않은 경우라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김철운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장은 “경영평가 성과급이 공공서비스를 실제로 만드는 경영진과 해당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당근책”이라고 말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조합원들은 결국 자기가 받는 게 있으니까 (경평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성과급 자체가 공공기관 노동자의 목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기관 평가에 기획재정부 등 중앙 정부 입김이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평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자율성을 부여하되 결과에 책임지게 한다는 ‘사후 통제적’ 기능이 강하다. 사전 통제 때보다는 중앙 정부 개입이 줄었다고는 하나 현재도 예산편성 지침이나 경영평가 항목 등에서 기재부의 힘은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공공기관이 경평과 관련해 제대로 된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수의 공공기관은 경평을 앞두고 민간 컨설팅업체로부터 자문받는다. 다만 자문 가운데 상당수는 경평의 본래 목적이나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특히 규모가 작은 공공기관은 이러한 민간 컨설팅마저 받지 못한다. 기관 사정이 열악한 경우 경영편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김태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경험에 의하면 평가 편람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기관도 존재한다”며 “이런 기관들은 정말 제대로 된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형편이 열악해서 민간 컨설팅을 받지 못하거나 부담을 느끼는 경우 공공기관연구센터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런 기관들에 공공기관연구센터가 제대로 된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가장 핵심은 경영평가 본래 목적과 맞게, 공공기관의 존립 근거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평을) 공공기관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과도하게 활용할 경우 경평은 본질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도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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