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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만에 6% 물가, 한은 사상 첫 ‘빅스텝’ 단행하나


입력 2022.07.05 10:15 수정 2022.07.05 10:26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대인플레 4% 근접...“물가 더 뛴다”

13일 금통위서 빅스텝 단행 명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자료사진)ⓒ한국은행

6월 물가 상승률이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0%를 찍었다.


최악의 물가 위기에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유력해졌다. 시장은 이미 이달을 넘어서 내달까지도 빅스텝이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5일 통계청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8.22(2020=100)로 전년 동기 대비 6.0% 올랐다고 발표하면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3일로 예정된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외환위기 당시였던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일상회복 영향 등으로 물가 오름세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물가 안정(제1조 1항)’을 주요 책무로 삼는 한은이 이달 빅스텝을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지는 모습이다. 물가를 잡을 만한 카드는 금리인상 뿐이라는 지적이다.


한은은 지난달 21일 물가안정 목표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에서 4.7%로 상향 조정했다. 당분간 5%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앞으로 물가가 더 뛸 것이라고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커진다는 것도 문제다.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전월보다 0.6%p 높아졌다. 이는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은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은 3~4분기 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작용할 수 있다.


JP모건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은이 이달 빅스텝을 한 번 단행하고 8·10·11월 기준금리를 0.25%p씩 추가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 3.0%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씨티그룹, SK증권, 신영증권도 사상 첫 빅스텝 가능성을 높게봤다.


이같은 물가 오름세 정점은 오는 3분기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각종 원자재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물가 고점을 3분기로 보고 있지만 우크라 사태 장기화가 지속되고 겨울철 에너지 대란 등이 발생한다면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역시 이날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처음으로 6%대에 진입(6.0%)하는 등 올해 물가 오름세가 빠르게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도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 증대, 전력·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 뉴시스

여기에 한·미간 금리 차이 또한 빅스텝이 불가피한 근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에도 빅스텝 또는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현재 한국(1.75%)과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1.50~1.75%)은 1.75%로 동일한 상황이어서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해도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하면 이달 기준금리 역전은 불가피하다. 금리가 역전되면 당장 자본유출과 물가 상승 압력 가중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다만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은 한은이 빅스텝을 고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창용 총재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변동금리부 채권이 많기 때문에 가계 이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원들과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ING은행도 최근 보고서에서 “성급한 금리 인상은 소비 회복을 억제할 수 있다”며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물가 고점이 더 늦춰질 수는 있지만, 금리인상 부작용 등으로 8월까지 연속 빅스텝을 할 가능성은 클 것 같지 않다”며 “이달 빅스텝, 내달 베이비스텝 전망을 유지한다”고 예상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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