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만 8조원 수주…기존 잔고 13% 수준
구 회장 주도 전장 인프라 구축…글로벌서 두각
구광모 LG 회장의 ‘신의 한수’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LG전자가 구 회장이 강조한 전장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며 체질개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전장사업이 스마트폰과 태양광 등 철수한 기존 사업들을 대신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올해 상반기에만 8조원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쌓을 수 있기까지는 구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이 진두지휘해 전장 인프라를 갖추고 공격적 수주를 통해 곳간을 채운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LG전자는 유럽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인포테인먼트(IVI; In-Vehicle Infotainment) 시스템, 일본 메이저 완성차 업체의 5G 고성능 텔레매틱스(Telematics) 등을 잇달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LG전자 전장사업의 상반기 수주 규모는 약 8조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인 약 60조원의 13% 넘어선 성과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전장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체질개선을 꾀했다. LG전자는 자동차부품솔루션(VS)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조명과 파워트레인으로 이어지는 전장 인프라를 완성한 상태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와 합작 설립한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과 지난 2018년 인수한 오스트리아 조명회사 ZKW가 있다.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의 경우 최근 멕시코에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글로벌 거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ZKW도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주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LG전자 VS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 흑자전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가전 등 기존 주력 사업들이 물가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VS사업본부의 흑자전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이 올해부터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LG전자 전장사업은 지난해 연간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VS사업본부는 4분기 실적으로 매출 1조9146억원, 영업손실 2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에 이어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와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다음으로 많았다.
업계에서는 VS사업본부가 향후 연평균 5000억~7000억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LG전자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 매각 이후 가전과 함께 새로운 LG전자의 축으로 거듭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후 기존 주력인 가전 외에는 이렇다 할 먹거리가 없었다”며 “전장사업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LG전자의 미래 사업 구조는 가전과 전장이 쌍두마차를 이뤄 이끌어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