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
저축은행 “상품 3→4개로 늘려야”
자금조달 우려↑…고객 선택 폭↓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본격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직장인들에게 ‘쥐꼬리’란 지적을 받아왔던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저축은행업계는 퇴직연금 예금상품이 다른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도가 정해져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를 나타내면사 ‘예외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주목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의결에 따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DC)와 개인형 퇴직연금제도(IRP)에 디폴트옵션이 시행된다.
디폴트옵션 시행에 따라 앞으로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노동자는 가입시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 퇴직연금사업자가 제시하는 디폴트옵션 포트폴리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만일 가입자가 총 6주간 상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디폴트옵션이 적용돼 자동으로 사전에 합의한 투자 상품에 투자가 이뤄진다.
그러나 저축은행 상품은 고용노동부의 원리금 보장 상품의 디폴트옵션 승인 요건 가운데 ‘상시 가입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다른 업권과 달리 퇴직연금감독규정상 1인당 가입 한도(5000만원)가 제한됐다.
고용부가 디폴트옵션 상품 포트폴리오 구성 시 최대 3개사의 상품까지만 넣도록 한 만큼 가입자는 최대 총 1억5000만원까지만 저축은행 상품에 돈을 넣을 수 있다.
업계는 이 한도 규정이 향후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저축은행 예금을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 확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는 곧 수신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로 저축은행 업계가 디폴트옵션 상품 구성시 규정보다 더 많이 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한 이유다.
이에 따라 업계는 중앙회를 중심으로 고용부에 4개 이상의 저축은행 상품을 혼합해 상시 가입 가능 요건을 충족하는 포트폴리오 상품을 마련·건의했으나 거절됐고 상품 기획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제도 시행이 된 만큼 업계 추이를 지켜본 후 필요에 따라 다시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서 수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신금액과 수신금액의 비율인 예대율 기준을 맞춰야 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수신액 둔화에 대해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은 금융감독원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상 예대율을 100% 이내로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앞서 저축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압박 등의 영향으로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지난 1분기 말 기준 5대 저축은행(SBI·OK·웰컴·한국투자·페퍼)의 예수금 규모는 39조6952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약 3%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3분기 10% 이상 증가하는 등 5% 이상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결과다.
저축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선 저축은행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고객의 선택 폭이 좁아질 수 있어 우려된다”며 “저축은행 퇴직연금상품을 한 번 선택한 고객이 지속적으로 저축은행 퇴직연금을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