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새 9.4%↑…카뱅은 1.6%↓
파킹통장 2.1% 이율로 고객 유인
적극적인 금리인상 IPO 전략 차원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이 한 달새 1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예·적금 등 수신 상품에 경쟁사보다 파격적인 금리 혜택을 제시하면서 고객을 끌어모은 덕이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신규 고객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키우려는 케이뱅크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지난 7월 말 기준 수신 잔액은 13조3300억원으로 전월 말 보다 1조1500억원 급증했다.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은 전월대비 9.4% 증가했는데 이는 5대 시중은행과 비교해봐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KB국민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총 수신 잔액은 403조9925억원으로 전월 대비 2.5% 늘었는데 증가율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이 357조4992억원으로 0.7%, 하나은행이 391조5723억원으로 0.3%, 농협은행이 343조4825억원으로 1.2%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높은 성장세다. 우리은행은 337조7455억원으로 1.5% 감소했다.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7월 말 수신 잔액이 32조6534억원으로 전월대비 1.6%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케이뱅크가 꾸준히 예적금 상품에 파격 금리 혜택을 주면서 금융소비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최근 고금리 수신 상품 특판을 여러 차례 진행하거나 예·적금 금리를 대폭 올렸다.
케이뱅크는 지난 5월 말 ‘코드K 정기예금’을 최대 연 0.7%p 올리면서 1년 이상 정기예금 이율을 모두 3% 이상으로 맞췄다. 또 지난 6월에는 연 5% 코드K 자유적금 특판을 두 차례 진행했다.
지난달에도 최고 연 3% 금리를 제공하는 ‘코드K정기예금(100일)’ 특판을 진행하고 코드K 자유적금의 금리도 최대 0.4%p 인상했다.
특히 지난달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한 파킹통장 ‘플러스박스’ 통장 금리를 2.1%로 한번에 0.8%p씩 인상한 것이 1조원 넘게 수신잔액을 늘리는 데 주효했다. 플러스박스는 하루만 맡겨도 연 2.1%의 금리 이자가 적용되고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쌓인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전략적 금리 인상으로 경쟁사인 토스뱅크를 제쳤다는 평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토스뱅크 수시입출금 통장 이율인 2%보다 0.1%p 더 높은 이율로 설정했고 한도도 토스뱅크의 1억원보다 높은 3억원으로 적용해 경쟁력을 가져갔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은행권에서도 금리 인상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찾을 때까지 잠시 자금을 맡겨둘 수 있는 파킹통장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태”라며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 금리를 대폭 올린 후 예치 자금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금리 인상은 케이뱅크가 IPO를 앞두고 신규 고객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가상자산 리스크 부담을 덜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지난 6월 30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오는 9~10월 중 예비 심사를 통과하고 11월쯤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최대한 키우기 위해 고객 규모 확대가 중요한 시점이다.
다만 케이뱅크의 예금 중 절반 가까이는 가상화폐 관련 현금이라는 사실은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예수금 중 5조5617억원은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예치한 현금이다.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있는 다른 은행들은 예금 대비 거래소 예치금 비중이 1% 미만이다. 가상화폐 변동성이 커질 경우 케이뱅크의 자금 안정성도 흔들릴 위험도 훨씬 커질 수 있어 순수한 예·적금 비중을 늘려야 할 필요성도 커진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증시 불황에도 케이뱅크의 기업가치가 최소 6조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등 평가가 긍정적”이라며 “1분기 순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2분기에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기업 가치는 더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