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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직격탄"…정유·석화업계, 3분기 '우울한 성적표' 받을 듯


입력 2022.08.10 13:27 수정 2022.08.10 13:28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상반기 최대 실적 낸 정유사, 수요둔화·마진 감소에 3Q 정유 사업↓

공급과잉·소비 저조에 석화사 3Q도 '어두운 터널'…"감산 불가피"

에쓰오일 석유화학시설(ODC) 전경ⓒ에쓰오일

제품 수요 둔화로 정유·석유화학업계가 하반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상반기 재고평가이익 효과와 높은 정제마진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정유회사들은 수요 둔화로 하반기 이익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석유화학업체 역시 제품 소비 감소에 공급과잉까지 겹쳐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1조800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2분기(2조3292억원)와 비교해 반토막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반토막 실적 주 요인은 정유 부문 이익 감소다. 3분기 SK이노베이션의 정유 사업은 전분기 2조2291억원에서 67.4% 급감한 72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추정됐다.


하반기 경기침체로 인한 제품 수요 감소로 정제마진이 상반기와 비교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진단이 작용했다. 2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에쓰오일 역시 같은 이유로 3분기 907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분기와 비교해 48.8%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3분기 들어 정제마진이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6월 평균 24.5 달러에서 7월 9.1 달러로 떨어졌다. 8월 첫째주에는 6.6 달러까지 하락했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수입한 후 정제해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 제품을 만들어 팔 때, 얼마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느냐는 것으로, 통상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정제마진 손익분기점(BEP)으로 판단한다.


싱가폴 정제마진은 1분기 8.0달러, 2분기 21.4달러를 기록하며 정유사들의 상반기 실적 개선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경기 침체, 유가 하락 등으로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달만 하더라도 100달러를 넘어서던 국제유가는 경기침체·석유 수요 둔화 우려가 높아지면서 이달 들어 90달러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여기서 더 유가가 하락하면 정유사들은 재고평가손실(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차이를 통해 갖는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석유 제품 소비 감소다. 수요가 둔화되면 제품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되고 이는 정유사들의 실적과 직결된다. 상반기 벌어들인 조 단위 영업이익이 하반기엔 조 단위 영업손실로 뒤집힐 수도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제품 수요가 부진하면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낮아져 하반기 적자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상반기 원료가 상승, 공급과잉, 제품 수요 둔화 등 삼중고에 시달린 석화업계 역시 하반기 녹록치 않은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봉쇄 조치 완화, 유가 하락 등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 보다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제품 소비 위축, 중국 재봉쇄 가능성 등 부정적 관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원료가 상승 및 수요 둔화로 롯데케미칼은 2분기 2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부문이 22.2% 줄어든 2280억원에 그쳤으며 LG화학도 석유화학 부문이 5132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250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쪼그라들었다.


특히 코로나에 따른 중국 도시 봉쇄로 판매가 줄어든 것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석유화학 수출액 비중은 지난해 39.7%에서 올해 상반기 36.4%로 축소됐다. 하반기에도 중국 내 석유화학 설비 대규모 증설로 수출 비중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화학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석유화학 부문은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둔화, 중국 수요 부진, 공급도 중국 신증설 영향이 지속되고 있어 하반기에도 유사한 시황 흐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 나프타와 에틸렌 가격 모두 하락하는 상황에서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원료 가격과 제품 가격 차이)도 축소돼 석화업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7월 평균 스프레드는 106 달러로, 손익분기점인 300~350 달러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 같은 부진에 석화업체들은 가동률 하향 조정으로 하반기 수익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은 상반기 유가 상승으로 스프레드가 악화돼 NCC PO(산화프로필렌)는 약 80% 정도 수준 가동률을 기록했다"면서 "현재 악화된 스프레드 감안하면 연내 NCC 정상 가동률 회복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롯데케미칼도 석유화학제품 감산 수순을 밟겠다고 했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국내 크래커를 85~90% 수준까지 감산 운전할 예정"이라며 "경제성 어려운 SM(스틸렌모노머)과 EG(에틸렌글리콜)도 70~75%로 감산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첨단소재 사업 역시 전방수요 감소 및 재고조정으로 70% 내외로 가동을 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첨단 소재 부문 품목에는 PC(폴리카보네이트), ABS(고기능 합성수지)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석화업계 실적 부진 요인이었던 원자재 가격 강세가 완화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제품 소비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부정적"이라며 "자동차, 가전 등 전방수요 회복이 당분간 더딜 것으로 전망돼 3분기에도 저조한 시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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