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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송화’ 역에만 배우 6명…마지막 시즌 ‘서편제’의 욕심일까


입력 2022.08.12 09:22 수정 2022.08.12 09:2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8월12일부터 10월2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송화’ 역에 이자람·차지연·유리아·홍자·양지은·홍지윤 캐스팅

뮤지컬 ‘서편제’가 8월,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마지막 시즌으로 돌아온다. 이는 지난 2010년 초연 이후 10여 년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공연이다. 그래서일까 프로덕션은 캐스팅부터 잔뜩 힘을 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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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에는 주인공인 ‘송화’ 역에만 무려 6명의 배우를 캐스팅했다. 이자람과 차지연을 비롯해 유리아, 홍자, 양지은, 홍지윤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창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소리꾼 가족의 삶을 다룬 뮤지컬 ‘서편제’에서 ‘송화’는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이자, 극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배역이다.


‘송화’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과 운명에 초연히 맞서 나가는 진정한 예인으로 자신의 예술인 소리를 끝까지 포기 않는다. 특히 판소리로 상징되는 송화의 고난, 소리를 향한 고행, 자신과의 투쟁과 의심, 소리 자체의 완성으로 귀결되는 여정을 그리는 만큼 가창력은 물론 빼어난 연기력까지 요구한다.


이자람과 차지연은 초연부터 총 네 시즌의 공연을 함께 해온 베테랑이다. 이자람은 초인적인 예술가, 아티스트 그 자체를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아왔고, 차지연 역시 압도적인 가창력과 진정성 있는 연기로 깊은 울림을 전하며 송화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새로운 ‘송화’로 출연을 확정 지은 유리아 역시 앞서 ‘헤드윅’ ‘비틀쥬스’ ‘레드북’ ‘리지’ ‘젠틀맨스가이드’ 등의 작품을 통해 이미 연기와 가창력을 인정받은 뮤지컬 배우다.


다소 의외였던 캐스팅은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 출신 가수들이다. ‘미스트롯 시즌1’에서 3위를 차지했던 홍자, ‘미스트롯 시즌2’에서 각각 1위, 2위를 차지한 양지은과 홍지윤은 새로운 ‘송화’로 처음 뮤지컬 무대를 밟게 됐다. 물론 세 사람 모두 가창력으론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양지은은 10대부터 판소리를 시작했고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홍보가 이수자이기도 하다. 홍지윤 역시 국악을 전공하면서 10년 이상 소리를 해온 탄탄한 실력의 소유자다.


사실 표면적으로 관객의 입장에서만 보면, 한 배역에 무려 6명씩이나 캐스팅한 것은 반길 일이긴 하다. 마지막 시즌이라는 아쉬움 속에서 서로 다른 6명의 송화를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동완·송원근·김준수·SF9 재윤 등 남자 주인공 ‘동호’ 역에도 4명이 캐스팅 돼 서로 다른 조합의 캐스트 공연을 볼 수 있는 총 24가지의 경우의 수가 나온다. 즉 회전문 관객들에게 다양한 관극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뮤지컬계에 멀티캐스팅이 자리 잡은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업계에선 한 배역에 6명을 캐스팅하는 것을 두고 “욕심이 과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한국 뮤지컬계에서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일반화 되어 있지만, 6명의 배우를 두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아이돌 스타들을 대거 투입시키면서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2013)이 한 배역에 6명을 캐스팅한 사례 이후 처음이다.


앞서 이 멀티캐스팅의 장점을 언급하면서 ‘표면적으로’라는 말을 덧붙인 이유는 분명하다. 다양한 매력의 ‘송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사실 공연의 품질을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공연 연습과정에서 앙상블 배우는 각각의 주인공들과 따로 합을 맞춰야 한다. 전체적인 스토리와 구성은 같지만,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미세하게 차별이 있기 때문이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사 입장에서 팬덤이 보장된 여러 명의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은 수익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보통 뮤지컬에서 한 배역에 2~3명, 많게는 4명을 캐스팅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번 ‘서편제’에서 한 배역에 6명을 캐스팅한 것은 자칫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 배역을 나눠 맡는 배우가 많아질수록 연습 일정을 맞추기도 힘들고, 이들과 각각 호흡을 맞춰야 하는 앙상블 배우들에게는 연습이 매우 고될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때문에 연습의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공연의 품질로 연결된다”고 꼬집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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