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드래프트 앞두고 KBO리그 구단들 '학폭' 이슈 예민하게 주시
'학폭은 청소년기 실수' 치부했던 체육계 일부 분위기와 사뭇 달라
사회적으로도 파급력 큰 프로야구판에서 확연한 인식의 전환 다행
“특급이라도 학폭(학교폭력) 있으면 픽(지명) 어려워요.”
2023 신인드래프트를 앞둔 KBO리그 소속의 한 구단 관계자 말이다.
며칠 전 고교시절 학교폭력 의혹으로 두산 베어스 이영하와 LG 트윈스 김대현(군복무 중)이 재판에 넘겨졌다. 강하게 의혹을 부인했지만 기소 사실을 확인한 두산·LG·KBO는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미 이영하는 1군 엔트리에서 제외, 사실상 시즌 아웃된 상태다.
재판에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지난해 10월 개정된 야구규약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따라 KBO에서도 아마추어 시절의 '과거 학교폭력'에 따른 징계가 가능하다.
잠잠했던 학폭 이슈는 묘한 시기에 불거졌다. 2년 전 학폭 의혹으로 프로 지명(NC 다이노스 1차)이 철회됐던 김유성(고려대)이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기로 결정한 시기와 맞물리면서 학폭 이슈는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2년 전 김유성은 ‘특급 유망주’ ‘당장 전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NC 다이노스의 1차 지명을 받았지만, 학폭 논란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2021 신인드래프트 2차 지명에서도 10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여전히 대어로 분류되지만 지명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른 구단 관계자들도 “(학폭 문제라면)드래프트 당일까지도 결정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학폭 이력은 이제 특급 유망주도 살리기 어려운 거대한 걸림돌이 됐다. 유망주를 놓치는 것은 아깝지만 모기업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단 입장에서는 이미지 훼손 등 위험을 감수하면서 안고 가기에 학폭은 두려운 시한폭탄이 됐다. 우리 사회가 학폭이라는 것을 청소년기의 실수가 아닌 하나의 범죄로 무겁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체육계에는 2년 전만 해도 “청소년기에 무심코 저지른 행동(학폭)에 대해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았다. “운동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와 같은 전 근대적 사고에 갇혀있는 종사자들이나 “그렇게 안하면 어떻게 운동부 이끄냐”라고 반문하는 지도자와 관계자가 아직까지 있다면 물러나는 것이 좋다.
'폭력의 대물림'이라는 구조적 측면에서 인식해야 할 학폭을 ‘한때 철없는 행동’에서 비롯된 실수 정도로 뭉개는 것은 폭력의 속성 자체를 이해하지 못함과 다르지 않다.
클린 베이스볼을 지향하는 프로야구에서도 학폭은 어마어마한 변수가 됐다.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인되지 않는다는 통념이 체육계에도 자리 잡아야 하는데 사회적으로도 파급력이 큰 프로야구 판에서 그런 인식의 전환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