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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지역화폐 예산 0원?…외식업계 맹비난


입력 2022.09.14 15:29 수정 2022.09.14 15:43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정부, 전액 삭감 가닥→지자체 자체 집행

국비 끊기면 영세소상공인들 피해 불가피

자영업자 “어려운 시기 민생 외면”

서울 시내 한 식당에 걸린 코로나로 인한 휴무 안내문.ⓒ뉴시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고 지원이 사라지면 지역화폐에 대한 인센티브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의 사용 유인도 떨어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매출 타격으로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에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지난해 1조522억 원이던 지역화폐 예산을 올해 6050억 원으로 줄인 것에 이어, 내년에는 1원도 지원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역화폐란 전국 232개 지방자치단체 지역 내 소비 진작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이다. 지자체 가맹점 내 결제액의 일정 비율(통상 10%)을 할인해 캐시백 등으로 돌려준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최대 20%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각광을 받았다.


당초 이 사업은 지자체 자체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지난 2018년부터 고용위기지역을 대상으로 지역화폐 할인액의 일부를 국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산업 위기로 피해가 큰 지역의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다. 이후 코로나19 확산된 뒤 국고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


정부가 지역화폐를 국가 차원의 정책대응으로 설정한 것은 지역화폐 정책을 통해 우리나라 각 지역의 시민소득과 기업수익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현상을 막고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지역불균등발전’이라는 국가 차원의 시대적 과제에 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내년 예산안에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상태에서 추가 지원 유인이 크지 않은 데다, 지역화폐의 정책효과는 특정 지역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각 지자체들이 알아서 운영해야 할 사업이라는 점을 이유로 내걸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 외식업계, 대안 없는 예산 삭감…“민생 외면한 처사”


외식업계는 내년 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 소식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매출에 도움이 되는 지역화폐 국고 지원까지 줄이는 것은 민생을 외면한 처사라는 것이다.


업계는 전액 삭감된 지역화폐 예산을 다시 복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지역 화폐는 집 근처 시장이나 작은 마트에서 장을 볼 때, 혹은 외식을 할 때는 물론 자녀의 학원비를 결제할 때도 사용돼왔다.


자영업자 100만명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역화폐는 골목상권을 살리는 정책으로 빠르게 자리를 잡았는데, 정책이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불만의 골자다.


경기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0대)씨라고 밝힌 그는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지역화폐 가능하냐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지역 상인들에게 도움되는 건 모조리 없애는 느낌”이라며 “지역화폐는 사각지대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큰 힘이 되는 정책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패닉’에 빠졌다. 지역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각 시장이 고유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한데, 동력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농어촌이 많은 전남지역에선 여전히 5일장과 재래시장, 영세점포 등이 유통경제의 한 축으로 남아 있다.


전라남도 함평 소재 상인 김모(60대)씨는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 안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해 지역 내 소비의 외부유출을 차단하는 효과가 컸다”며 “특히 신용카드보다 수수료도 0.25%적고 현금성 매출로 잡혀 업장에서도 사용을 적극 장려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 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를 강제로 문을 닫게 하는 일 보다, 전통시장으로의 유인책에 대한 고민을 심도있게 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최저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이런 정책마저 없애면 시장은 설 곳이 더욱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특히 코로나19 대출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조치의 추가 연장 조치에 대해 진중하게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엇박자 정책’을 내놨다는 비판이 크다. 코로나 이후 지역 상권과 소비가 살아나는 상황에서는 긴급한 저소득·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데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화폐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지자체 자체 재원으로 현재의 인센티브 비율을 유지하기엔 예산 부담이 커 결국은 할인율을 축소하거나 발행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지역화폐와 같이 불특정 다수의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이 없는데 예산을 삭감한다면 소상공인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그에 대한 대안이라도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조차 없었다는 건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를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정치”라고 비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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