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LCD 삼키고 OLED까지 바짝 따라붙어
중소형 OLED 시장에선 격차 현저히 줄어든 상황
대형도 2024년부터 양산 목표...국내 업계 긴장 ↑
업계 "중국 기술력 무섭다...정부 지원은 대체 언제..."
반도체·배터리와 함께 국내 미래 먹거리인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국 장악력이 거세지고 있다. 사실상 완전히 넘어간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 이어 최근엔 프리미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까지 차츰 기술 격차를 좁혀오고 있다. 아직까진 기술력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에 뒤처지지만, 공격적인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디스플레이 점유율(매출 기준) 4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41.5%에 이어 2년 연속 시장 1위다. 반면 지난해 한국은 33.2%로 2위를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TV 수요 악화 및 중국의 대량 공세로 인해 지난해에 못미치는 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글로벌 디스플레이 점유율은 LCD와 OLED 매출을 합산한 것이다. 그 중 LCD 비율은 90% 이상을 차지한다. 다만 LCD 시장은 이미 중국이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업계 지배적인 관측이다. 처음엔 저가 공세로 시장을 공략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한국 기술의 90% 수준까지 따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LCD 패널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비율은 낮지만 OLED 시장에서 프리미엄 기술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OLED 시장에서는 아직 한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위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을 위주로 주도 중이다.
그러나 국내 업계에서는 이같은 OLED 선두 지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OLED 분야까지도 눈독을 들이며 맹추격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BOE는 아이폰 신제품에 OLED 패널 공급을 시작했고, 2024년 안에 생산을 목표로 대형 OLED 패널 상용화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의 경우 2019년 한국 90.3%, 중국 9.7% 였지만 올해 한국 72%, 중국 27%로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 업체가 대형 OLED 패널 상용화를 노리는 2024년 시점에는 중소형 OLED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지를 것으라는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TV에 들어가는 대형 OLED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 현재까지는 전 세계 대형 OLED 생산 99%를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지만, BOE가 양산을 시작하는 2024년이 되면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앞서 언급했던 중소형 OLED 사례처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중국의 이러한 디스플레이 굴기 목표는 한국 OLED 산업 인력을 빼내려는 움직임으로도 번지고 있다. 국내 업체와의 기술 격차 좁히기가 목적이다. 중국 업계는 한국 연봉 최소 2배 이상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국내 인력들을 데려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중국 OLED 핵심 인력의 약 20% 이상이 한국인일 것이라는 전언도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마지막 대책은 정부의 대책과 지원이라고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LCD 시장을 집어삼킨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아야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IFA 2022 TCL 부스를 둘러본 국내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력이 이제는 무섭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정도로 빠르게 격차를 좁혀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디스플레이가 자꾸 반도체 산업의 중요도에 밀리는 구도가 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반도체는 다자간 경쟁이지만, 디스플레이는 한중 양자 대결이라 여기서 밀려버리면 군사·항만·항공 전 산업에 걸쳐 안들어가는 데가 없는 디스플레이 공급망이 중국 손에 들어가게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늦기전에 디스플레이 특별법의 중요성을 정부가 인식해야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