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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th BIFF]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의 '유코의 평형추'…진실과 정의의 갈래에서


입력 2022.10.10 14:14 수정 2022.10.10 14:15        데일리안(부산) =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내년 국내 개봉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의 '유코의 평형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기획한 '일본 영화의 새로운 물결' 섹션에 선정됐다. 이 섹션은 2010년 이후 데뷔한 일본 감독들의 작품 가운데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10편을 추려, 차세대 감독을 살펴본다. '유코의 평형추'는 열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이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수상했으며,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됐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은 2020년 뉴커런츠 수상 당시, 코로나19로 부산을 찾지 못했지만 2년 뒤 다시 한 번 '도코의 평형추'가 특별기획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드디어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길 수 있었다.


"2020년에 뉴 커런츠를 수상했을 때 시상식에 못 갔기 때문에 실감이 잘 안 났어요. 그 때 수상 소식과 함께 점심까지 소감 동영상을 보내라고 해서 아이폰으로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상반신만 차려입고 아내가 찍어줬어요.(웃음) 그래서 이번 개막식에 이 트로피를 가지고 레드 카펫을 걸었죠. 하나의 복수라고 할까요. 하하."


'유코의 평형추'는 다큐멘터리 감독 유코가 고등학생 자살 사건을 조사하며 시작된다. 그는 자살한 학생이 교사와 연애 관계였다는 걸 알게 되고, 교사마저 연애 사실을 부인하며 죽음을 선택했다. 유코는 학교가 그 사실을 감추려 한다는 사실과 미디어의 먹잇감이 된 학생과 교사,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의 상황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스캔들에 연루되며 유코의 정의감이 흔들린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일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이지메 사건에서 시작됐다. 이지메를 견디다 못한 초등학생이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가해자의 아버지와 동명이인의 정보가 잘못 퍼지며 전혀 사건과 무관한 사람이 인터넷에서 손가락질과 공격을 받아야 했다.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은 어떻게 아무런 의심과 확인 없이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됐고 그들이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일반인들이 어떻게 그렇게 불분명한 정보를 간단히 믿을 수 있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잘못된 정보로 당사자가 아닌 타인을 공격하는 행위에 신경이 쓰였죠. 크게 분류하자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 그걸로 검증 없이 판단 해버리는 사람, 또 타인을 공격하는 세 가지 유형이 있더라고요 그것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불행은 어떤 건지,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영화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이는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속 익명성에 기댄 악플이나 정보 유출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은 '유코의 평형추'를 통해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다.


"진실이라는 건 각자의 눈을 통해 보는 거라 주관적일 수 밖에 없어요. 그 부분이 과연 정말 정의와 진실일까요? 자신이 보는 것이 정말 확실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말하는 진실과 대조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것 같아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멈춰 서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와 관용이라는 답에 도착했습니다.


ⓒ'유코의 평형추' 스틸컷

영화는 주인공 유코의 시선을 따라 사건들을 바라보게 된다. 유코는 사건의 관찰자였다가, 당사자가 되면서, 내면 속 평형을 유지했던 공정의 추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진실과 정의 사이에서 걷잡을 수 없이 헤매는 유코의 모습은 153분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유코와 관객들이 동화됐으면 싶었어요. 의도적으로 일체화될 수 있는 구성으로 연출했습니다. 실제 유코가 옳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중후반부터 다른 방향으로 나가게 되잖아요. 이건 유코가 진실이라고 믿는 모든 것이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죠. 진실은 한 가지가 아니라는 테마를 강조했습니다. 영화적인 요소로 주제의식 전달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더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방법을 택했습니다."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은 캐릭터와 배우가 근본적으로 성향이 비슷한 걸 선호한다. 배우의 경험에서 나오는 동작이나 말들이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이에 오디션에서 자기 소개를 시키며 캐릭터와 어느 정도 매치되는지를 바쁘게 살핀다고. 극 중 유코의 아버지와 스캔들에 휘말리는 여고생 메이를 연기한 카와이 유미는 이 작품으로 데뷔해 많은 호평을 얻었다.


"제 작품에는 흥행작이나 유명세가 캐스팅의 우선 가치가 아니에요. 카와이 유미는 제 작품이 데뷔작이었죠. 18살 때의 메이는 표현이나 상상력이 매우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였습니다. 지금은 아주 유명한 배우가 돼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유코의 평형추'에는 감정을 고조시키거나 몰입의 역할을 하는 음악이 없다. 배우들의 대사와 생활 소음, 그리고 적막만이 있을 뿐이다.


"영화 자체가 거짓과 진실에 대한 테마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영화 업계에서는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메시지가 만들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극 중에서도 실태를 표현한 부분이 있죠. 음악도 잘못 쓰면 대중의 감정을 의도대로 유도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잘못된 정보 조작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영화의 이념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어요."


영화 속 유코는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와 진실을 배반하는 사람에게는 어김없이 카메라를 가져가댄다. 아버지와 자신에게도 예외는 없다.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은 유코를 통해 카메라라는 양날의 검을 어떻게 쓸지를 관객들의 판단에게 맡긴다. 이것이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일 것이다.


"극 중 카메라는 약자들을 비추는 하나의 도구로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카메라를 통해 진실만 말하게 하겠다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하죠.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엔딩이었습니다만, 힌트가 됐다고 생각해요. 제 나름대로의 답도 가지고 있고요. 저는 스스에게 카메라를 가져다 대는 유코의 행동이 굉장히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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