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국감 끝나는대로 나도 광장"
비명·친문이 김용민 처신 우려하자
친명 중진 나서서 비호하는 모양새
"지도부가 숨은 조종자인지 밝혀라"
5선 중진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 가세한 강경파 초선 김용민 의원을 비호하고 나섰다. 안 의원은 국감이 끝나는대로 자신도 집회에 가담하겠다고 밝혀, 민주당 의원들이 '거리의 정치'를 통해 '탄핵의 추억'을 소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안민석 의원은 14일 "분노한 국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인 자리에 김용민 의원이 용기를 내어 마이크를 잡고 '대통령이 대통령답게 하라'고 외쳤다"며 "그런데 민주당 일각에서 김 의원의 용기를 폄하하며 '잘못됐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출 권력이 일탈해 비정상으로 치달을 때 정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국민의 의지가 바로 저항권"이라며 "국민이 저항하는 자리에 함께 선 김용민 의원을 함부로 비난하지 말라. 좌고우면하지 않고 옳은 일에 용기를 내는 게 정치인의 자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김용민 의원처럼 용기 있는 정치인들을 기다리고 있다"며 "나부터 그가 외롭지 않게 곁에 서겠다. 국감이 끝나면 나도 광장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민석 의원은 친이재명(친명)계 중진의원으로 분류되며, 김용민 의원은 친명 강경파 초선 의원들의 당내 사조직 '처럼회'에 속해있다. 김 의원의 처신에 당내 비명·친문계 인사들의 비판이 잇따르자, 친명계 중진인 안 의원이 직접 비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내 합리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나와 "무지와 무능은 탄핵의 요건이 아니다"며 "명징한 근거 없이 자꾸 군불만 떼는 것은 진영만 갈라치기 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문재인정권 청와대에서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을 지내 친문계로 분류되는 박수현 전 의원도 "책임있는 국회의원이 집회에서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용민 의원 본인은 이날 한 발 더 나아가 22대 총선을 앞둔 내년 가을 무렵이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하거나 국회에서 탄핵을 하거나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가시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정치쇼'에 나와 "윤석열정부가 어느 순간 국민들의 임계치를 넘어버리면 사퇴를 바라거나 헌법에 정해진 탄핵 절차로 가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22대 총선이 임박해지는 내년 가을 정도면 그런 분위기는 훨씬 더 가시화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용민 "내년 가을이면 尹 사퇴냐 탄핵
이냐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 온다"
친명 강경파들, 22일 집회 가담 고심
김용민, 내란선동 혐의로 고발되기도
이같은 주장은 지난 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에서 "윤석열정부가 끝까지 5년을 채우지 못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빨리 퇴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겠다"고 연설한 뒤 "우리가 주인이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선창했던 것보다도 한발짝 더 나아간 입장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김 의원은 자신의 처신을 향한 조응천 의원, 박수현 전 의원 등의 우려를 향해서도 "불공정과 불의를 바라보는 민감도가 서로 다른 것"이라고 일축하며 "지나가면 (동료 의원들 중에) 웃어주시거나 토닥여주시거나 이런 분들이 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친명 강경파 초선 의원들의 당내 사조직인 '처럼회' 소속 의원 중 일부는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국정감사가 종료되거나 종합감사만을 남겨두게 되는 오는 22일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집중집회'에 참석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민석 의원이 "국감이 끝나면 나도 광장으로 나가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국민 직선에 의해 선출돼 취임 반 년도 되지 않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집회에 제1야당 의원들이 조직적으로 결합하는 초유의 광경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이같은 움직임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김용민 의원이 '국민들이 바라볼 때 임계치가 확 넘어버리면 사퇴를 바라거나 아니면 헌법상 정해진 탄핵절차로 가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다'며 귀를 의심케 하는 선동적 망언을 쏟아냈다"며 "여기에 안민석 의원은 정권퇴진 집회에서 연설한 김 의원을 향해 '용기를 지지하며'라고 두둔하고 나섰다"고 아연해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섬뜩함까지 느껴진다. 지난 대선에서의 국민의 명령을 무시한 대선 불복성 발언"이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과연 자당 의원들의 개인적 일탈 발언인지, 김용민·안민석 의원 뒤에 숨은 조종자인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대검찰청에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고발인은 "김용민 의원이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시위대 앞에서 '5년을 채우지 못하게 하고 빨리 퇴진시키자'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은 명백히 내란을 선동한 것"이라며 "김 의원을 대검찰청에 형법상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