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꺾인 줄 알았던 물가, 다시 상승 폭 커져…향후 전망도 ‘암울’


입력 2022.11.02 10:50 수정 2022.11.02 10:51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소비자물가, 3개월 만에 상승 폭 확대

전쟁·유가·환율 등 대외 악재 계속

겨울철 세계적 식량·에너지난 가능성

정부, 먹거리 중심 물가 대책 강화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데일리안 DB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보였던 물가가 다시 올랐다. 지난 8월과 9월 각각 5.7%, 5.6%로 오름세가 둔화하는 듯하다가 10월 들어 다시 5.7% 오르며 상승 폭을 키웠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23.1% 오르며 물가를 5.7% 높였다. 공업제품도 6.3% 올랐고, 농·축·수산물 가격은 5.2% 상승했다. 서비스 요금은 보험서비스료가 14.9% 오르며 전체적으로 4.2% 상승했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다시 커지면서 고물가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7월 고점을 찍고 차츰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으나 국내외 상황을 미뤄보면 내년까지 5~6%대 물가 상승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 우려는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예측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에서 드러난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조사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3%로 전월보다 0.1%p 상승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4.7%로 가장 높았다. 8월(4.3%), 9월(4.2%) 두 달 연속 하락하다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고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미국 금리와 환율 상승 등이 심리적인 영향을 줘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에 대한 응답은 공공요금(61.9%)과 농·축·수산물(42.6%), 석유류 제품(39.0%) 순으로 나타났다. 공공요금(+12.3% 포인트)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늘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겨울에 접어들면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이 심화하고, 산업계 전반에 임금 인상 요구가 높아져 임금 인상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물가 정점을 기대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외 상황이 계속 나빠지는 것도 불안 요소다. 먼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겨울까지 이어지면서 세계적인 에너지·식량난이 예상된다. 게다가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와 곡물 수출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실제 세계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다.


러시아가 사실상 ‘식량 무기화’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겨우 안정세에 접어든 국제 식량 가격을 다시 치솟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에너지값 급등으로 초래된 세계 고물가 상황을 부추기는 악재로 작용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0월 소비자물가지수 인포그래픽. ⓒ통계청

고환율·고유가 상황도 여전하다. 2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17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78원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비싸진 달러 탓에 수입 원자잿값이 오르고 이는 고스란히 국내 상품가격에 반영된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2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하며 “향후 물가 전망 경로에는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 증대 등에 따른 하방 위험(리스크)과 고환율 지속,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에 따른 상방 리스크가 혼재해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유가 경우 지난 1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1.84달러(2.13%) 상승한 배럴당 86.3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월물 브렌트유는 1.70달러(1.8%) 오른 배럴당 94.51달러에 체결됐다.


국제유가는 WTI 기준 최고 123달러까지 치솟았던 지난 3월보다는 많이 떨어졌지만 1년 전 65달러보다는 비싼 상황이다. 추운 겨울철로 접어들어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 모임인 OPEC+(플러스)는 이달부터 산유량을 하루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해 국제유가 상승은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많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미국도 날씨가 추워지면서 경유 수요가 늘고 있는데 경유 재고는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바닥난 상황”이라며 “수급난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OPEC 감산 결정 등에 비춰볼 때 모든 지표가 경유 가격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내외 물가 악재가 계속되자 정책 대응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먹거리 중심으로 물가 압력이 지속하는 상황을 고려해 김장재료 수급관리와 농수산물 불안 품목 가격안정화, 가공식품 가격 인상 최소화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 김장 물가가 작년보다 낮게 유지될 수 있도록 11월 김장철 수요에 대응해 김장재료 방출 등 수급관리와 할인권 지원, 마트 할인행사 등을 추진한다. 겨울철 수요가 많은 명태와 고등어 등 수산물과 환율상승으로 가격이 비싸진 바나나·망고·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은 추가로 관세를 인하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식품 가격 추가인상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식품원료에 할당 관세를 적용하고, 분야별로 업계 간담회 등 협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