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리스크 충격파 유독 강해
수익 구조 다양화·역량 강화 재조명
NH농협금융그룹의 비(非)이자이익이 올해 들어 반 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불안에 다른 금융그룹들도 관련 실적이 악화됐지만 농협금융에서 유독 강한 충격파가 관측되는 모습이다.
금융그룹의 수익 포트폴리오에서 은행 이자 마진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와중, 농협금융의 아킬레스건이 다시 한 번 노출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국내 5대 금융그룹들이 거둔 비이자이익은 총 7조88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0%(2조7773억원) 줄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농협금융의 상황이 가장 좋지 않았다. 농협금융의 비이자이익은 759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0.5% 급감했다. 그러면서 해당 실적 규모도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 중 최소로 쪼그라들었다.
다른 곳들도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농협금융보다는 감소세가 덜 했다. KB금융그룹은 2조7170억원으로, 신한금융은 2조4508억원으로 각각 29.5%와 12.9%씩 비이자이익이 감소했다. 하나금융 역시 1조431억원으로, 우리금융도 9155억원으로 각각 23.9%와 16.1%씩 비이자이익이 줄었다.
이처럼 금융권이 최근 비이자이익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핵심 요인으로는 금융 시장의 불안이 꼽힌다.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등 고강도 통화정책 긴축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가증권 투자 등에서의 평가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위험을 예측하고 분산하기 위한 헤지를 담당하는 파생상품 및 외환 관련 부문에서도 이를 상쇄할 만큼의 반대급부를 거두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런 경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난 곳이 농협금융이다. 농협금융의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상품 손익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49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7%나 감소했다. 수수료이익마저 같은 기간 대비 22.0% 줄어든 1조1120억원에 그치면서 비이자이익 실적 부진을 가중시켰다.
농협금융 측은 비이자이익 축소에 대해 "주식시장 침체에 따른 위탁중개수수료 등 수수료이익의 감소와, 시장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유가증권 운용이익 감소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농협금융의 비이자이익 부문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붙는 건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8년과 2019년까지만 해도 농협금융은 비이자이익에서 각각 5860억원과 535억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그러다 저금리에 힘입어 주식 시장이 활황을 보이던 2020년 1조4699억원, 지난해 1조7314억원의 비이자이익 흑자를 거두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증시가 다시 고꾸라지자 관련 실적이 경쟁사에 비해 눈에 띄게 악화되는 형국이다.
금융권에서 비이자이익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애서의 이자 마진만으로는 새로운 성장 발판을 찾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금융그룹들도 전당포식 영업에서 벗어나 선진국형으로 이익 구조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되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증시 여건 상 수수료와 유가증권 평가 이익 등이 위축되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변동성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가 금융사의 역량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리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