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크고 작은 사고 늘 존재...느슨해진 안전 문제 다시 살펴야 "
문체부, 9일~10월8일까지 한 달간 공연장 등 집중 안전 점검 돌입
핼러윈을 앞뒀던 지난달 29일 이태원의 한 골목, 젊음을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 중 156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대중은 청년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는 세월호 사건 이후 재난 대비 시스템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약속이 있었음에도, 또 다시 참사를 마주하게 됐다. 안전 불감증 탓에 위험성을 간과한 후회 과거를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과 동시에 대중은 또 다른 참사를 막기 위해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쳐야’한다는데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국가애도기간 동안 취소와 연기 등 각자의 방식대로 애도에 동참했던 가요계는 특히 이태원 참사가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밀집할 수밖에 없는 공연장 역시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서다. 이미 과거부터 공연장에선 인파가 몰리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해왔다.
1992년 2월엔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뉴키즈온더블록 공연 중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관중이 강제로 입장하는 과정에서 1명이 사망하고 19명이 부상을 당했고, 1996년엔 대구 두류공원에서 진행된 MBC ‘별이 빛나는 밤에’ 공연 당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관중들이 앞의 관중을 덮치면서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당했다. 또 1998년엔 순천 연향동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된 한 콘서트에서 H.O.T에게 한꺼번에 여학생 팬들이 몰리면서 2명이 실신하고 10여명이 부상을 당했고, 2005년에는 성남시 분당구 한 여고 체육관에서 케이블 방송 녹화 도중 MC몽을 보려고 관객들이 무대로 한꺼버네 몰려들면서 1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같은 해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진행된 MBC가요콘서트에서도 출입문으로 갑자기 많은 인원이 몰리면서 11명이 사망하고 162명이 부상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케이팝 가수의 콘서트장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건 과거만의 일은 아니다. 국내에서 발생한 사고는 아니지만, 지난 주말(4일, 현지시간) 케이팝 아이돌 그룹 NCT127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연 콘서트가 안전상의 이유로 중단됐다. 현지 매체는 NCT 127의 콘서트에서 멤버들을 가까이 보기 위해 팬들이 몰리면서 관중 30명 이상이 실신해 공연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국내에선 연말 공연 특수를 앞두고 안전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일부 관객들 중에는 “엄마가 이태원 참사 이후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위험하다며 티켓 취소하라고 한다”는 등의 글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다. 참사 이후 업계 관계자들에겐 공연장을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과제로 주어진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일 ‘공연 안전 현장 간담회’를 열고 이태원 사고 이후 공연장과 공연 안전 관리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현장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간담회에선 공연 안전 관리와 관련한 개선 사항, 공연장 등에서의 인파 사고 예방을 위한 공연 업계와 관련 협회의 제언, 공연 안전 관리 제도에 대한 보완 방안 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문체부는 공연장은 물론 경기장, 영화관 등 연말을 앞두고 인파가 몰릴 수 있는 52곳을 대상으로 9일부터 내달 8일까지 한 달간의 집중 안전 점검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각 시설 업무 담당자가 직접 시설을 방문해 안전관리 책임자와 만나 점검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밀집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를 확인한 후 관람객 이동 동선상 장애, 관람객 입·퇴장 안전요원 배치 등 관련 규정 준수 여부, 유관 기관 연락 체계 현행화 여부 등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공연장에서는 보도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크고 작은 사고 가능성들이 늘 존재한다. 중요한 건 사고를 어떻게 예방할지에 대한 대책을 매련하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시 어떻게 후속 조치를 취해야할지 등에 대한 고민들이 필요하다”면서 “지금까지도 공연계 많은 종사자들이 안전을 위해 힘을 쏟아온 것을 알지만 이번 참사를 계기로 삼아 관계자들은 물론 유관 기관들의 체계 등 느슨해진 안전 문제를 다시 조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