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인물이자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가 쏟아내기 시작한 작심 발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름이 계속 소환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21일 열린 '대장동 일당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 재판'에서 남 변호사는 증인 신분으로 신문을 받았다.
남 변호사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줄 수 있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조사 당시 이런 내용을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검사 질문에 아는 한도에서 사실대로 말하겠다"며 "천화동인 1호 지분과 관련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걸 김만배 씨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스스로 밝혔다.
대장동 사업 과정에 자신의 지분이 줄어든 배경에 대해 남 변호사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 몫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김씨가 '내 지분도 12.5% 밖에 안 된다, 실제로 49% 지분 중 37.4%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 내가 갖는 게 아니다'라면서 '네가 25%를 가져도 민간사업자 중 비중이 크니 받아들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지난 조사 때 이재명 측 지분을 말하지 않은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당시에는 선거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겁도 많고,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조사받느라 정신이 없어서 솔직하게 말을 못 했다"고 답했다.
남 변호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일식집과 유흥주점 등에서 3억 2500만원을 쇼핑백에 담아서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본인이 쓸 돈이 아니고 높은 분들한테 드려야 하는 돈이라고 얘기했다"며 '높은 분들'에 대해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겨냥했다.
또한 그는 검찰 측이 '정민용 변호사에게 35억원을 지급한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묻자 "당시 정씨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황금다시마 비료 사업을 해보고 싶다며 투자를 제안했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 추진 당시 실무를 맡은 인물이다.
이어 '유 전 본부장이 있어서 그런 것이냐'는 질문에 "2020년 8월 유 전 본부장이 사업성이 있다고 설명했는데, 골프장에 비료를 납품하게 되면 금방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며 "추가적으로 당시 비료사업이 나중에 이재명 시장이 대통령이 되면 대북지원사업으로 자기가 추천해줄 수도 있고 막대한 이익이 생기니 메리트 있는 사업이라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대북지원사업과 관련해 이 대표와의 연관성이 처음 거론된 것이다.
남 변호사의 이 같은 폭로성 발언에 이 대표의 연루 의혹이 짙어지면서 향후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73년생인 남 변호사는 서강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33세의 나이로 사법고시에 합격, 사법연수원 37기다. 3년 뒤인 2008년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그는 2009년부터 대장동 사업에 발을 담근 대장동 초기 개발업자로 알려졌다. 2010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뒤 2011년부터 판교(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 대표를 맡았다. 당시 남 변호사는 LH공사가 대장동 사업 추진을 포기하도록 돕겠다는 명목으로 8억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구속기소됐다. 이후 무죄선고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장동 사업 내 지분이 줄었지만 그는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8721만원을 출자해 1007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한편 남 변호사는 2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폭로하고 나선 배경에 대해 "내가 잘못한 만큼만 처벌 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거짓 진술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생각은 없다"며 "단지 내가 하지 않은 일까지 모두 떠안기는 싫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술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드러나고, 상대방들의 책임이 늘어나니까 그쪽에서 나를 안 좋게 보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남이 내 징역을 대신 살아줄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