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출시…이견 좁혀지지 않아
애플‧삼성페이도 새로운 변수
카드사들이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함께 준비했던 오픈페이가 표류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이번달 중에는 베일을 벗어야 했지만, 아직까지도 카드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모습이다. 결국 오픈페이 출시는 내년으로 미뤄질 공산이 커졌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 토스 등 빅테크의 간편결제에 맞서기 위해 카드사들이 준비 중인 오픈페이의 연내 출시가 불투명해 졌다. 출범 공식화 이후 출시 시기가 두 차례 미뤄진 데다 출시 방식과 시기 등을 놓고 업계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픈페이 연내 출시 목표로 준비 중인 카드사는 업계 2, 3위를 놓고 다투는 삼성과 현대카드를 제외한 신한‧KB국민‧롯데‧하나‧NH농협‧BC카드 등 6곳이다. 뒤늦게 합류한 우리카드의 경우 내년 상반기 중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오픈페이는 은행권의 오픈뱅킹과 같은 개념으로 삼성페이처럼 한 카드사 플랫폼에서 여러 카드사의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일컫는다. 각 카드사가 구축한 시스템은 여신금융협회가 중개하는 구조다.
카드사들이 오픈페이 동맹을 맺은 이유는 간편결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와중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들이 시장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카드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중 올해 상반기 핀테크 비중은 66%에 달하며 카드사(34%)를 뛰어넘었다. 핀테크 기업의 비중도 2020년 60.8%에서 작년 64%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반면 카드사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대항마인 오픈페이 서비스는 한 발도 떼지 못한 상태다. 당초 서비스가 준비된 카드사부터 이달 중 순차적으로 출시하기로 했지만 각 카드사 간 출시 시기와 시스템 개선 등의 이유로 지연된 것이다.
일각에선 오픈페이가 신한카드, 국민카드 등 시장점유율이 높은 카드사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형사와 소형사 간 대립도 존재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밖에 오픈페이를 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해 준비했지만 결국 단순 서비스 차원에 그칠 것이란 관측과 카드사 자사 앱 이용자 수가 감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아울러 삼성과 현대카드의 참여 불발로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경쟁력을 위해선 고객 유인이 중요한 데 서비스 범용성과 편의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머지 않았고, 삼성페이 역시 최근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어 카드사들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페이는 지난달 업그레이드 버전의 삼성 월렛 서비스를 13개 국가에 추가로 출시한 데 이어, 국내에서는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서비스 지원에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픈페이를 연내 출시 목표로 하고 있지만 카드사 간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며 “본래 취지인 핀테크 등 간편결제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출시를 빠르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