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블리’, 일부 방송분에 대해 '너무 적나라했다'는 지적 이어져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나아가 사건·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교양형 예능이 꾸준히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재미와 유익함, 정보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미, 흥미를 가미해 예능의 틀 안에서 사건, 사고를 풀어내는 것이 합당한 지에 대한 우려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점을 짚고, 개선점을 함께 고민하는 JTBC 예능프로그램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이하 ‘한블리’)가 자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정기회의를 열고 ‘한블리’ 9월 29일, 10월 14, 27일, 11월 18일 방송분에 대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7조 충격·혐오감 조항을 적용해 전원 일치로 ‘의견진술’을 의결했다. 이에 제작진은 다음 회의에 출석해 위원들의 관련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문제가 된 것은 공사 중인 인도를 피해 왕복 2차선 도로를 걸어가던 한 학생이 후진하는 트럭의 뒷바퀴 밑에 깔리는 교통사고 영상을 보여준 장면 등이다. 제작진은 해당 영상을 확대해 보여주고, 전후에 출연자와 방청객들이 경악하며 비명을 지르는 등의 장면을 보여줬는데, 이에 대해 너무 적나라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것이다.
문제점으로 제기 된 것은 일부 회차의 일부 장면이지만, 이는 ‘한블리’의 출범 당시 나왔던 우려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블리’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를 통해 다양한 사고 사례들을 소개 중인 한문철 변호사의 JTBC 진출 콘텐츠로 방송 전부터 주목을 받았었다.
이 가운데, 블랙박스 영상을 보며 문제점을 파헤치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포맷이 ‘한문철TV’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은 물론, 그것을 다수가 함께 지켜보며 리액션을 하는 것이 적절할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제작발표회 당시 민철기 CP가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를 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출연자분들이 함께하면서 궁금해하는 것들도 있고, 생각이 갈리기도 한다. 그게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라는 생각을 한다. 기존 블랙박스 영상 프로그램과 달리,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담으려고 했다. 일반 방청객 분들을 모셔서 그분들의 판단도 듣는다”라고 강조했는데, 일각에서는 ‘사고 영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잔인하다’, ‘다수의 연예인들이 리액션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등의 부정적 의견이 나오기도 했던 것이다.
앞서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가 역사적 사건을 설명하던 중, 자극적인 사진, 장면을 활용해 지적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앞서 중세시대에 벌어진 ‘마녀사냥에 대해 설명하던 중 나무에 묶여있는 여성의 몸에 불이 붙은 사진, 나뭇가지로 사람들을 때리고 불을 붙이는 장면을 내보냈고, 지난 11월 방심위가 이에 대해 충격·혐오감 조항 위반으로 ‘주의’ 의결을 내린 바 있었다.
지난해 각종 사건, 사고들을 전달하며 잊지 말아야 할 기억들을 상기시키고, 또 경각심을 심어주는데 방점을 찍었던 범죄 예능이 흥할 때도 비슷한 우려들이 이어졌었다. 재연을 빙자한 자극적인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부 프로그램이 있던 것.
사건, 사고들을 소개하거나 이야기 형태로 전달하는 것을 넘어, 마치 드라마처럼 사건을 재연했던 TV조선 ’미친사랑X‘가 대표적인 예였다. 청소년 관람 불가로 편성됐던 이 프로그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각종 범죄, 살인사건 등을 드라마로 재구성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내용, 장면을 부각한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곤 했었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위해 피해 과정을 지나치게 상세하고, 또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은 교양형 예능이 흥할 때부터 시작이 됐었다. 특히 피해자들의 상처를 다시금 되새기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었는데, 실제로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이것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한 변호사가 “교통사고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에 일조하기 위해 ’한블리‘에 출연했다”고 말한 것처럼, ‘공익성’에 방점을 찍은 교양형 예능들이 재밌고, 또 흥미롭게 각종 사건들을 풀어내면서 만드는 긍정적인 영향력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자칫 재미, 흥미를 강조할 경우 주제의 무게감이 희석될 수도 있다는 위험성도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된다. 교양형 예능의 경우, 그만큼 더욱 섬세한 접근과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딜레마는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