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서방 국가들이 군사비 지출 재검토와 대폭 증액에 나서며 러시아의 군비 증강 노력에 맞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방 예산을 2019~2025년 2950억 유로(약 395조원)에서 2024~2030년 4000억 유로(약 553조원)로 7년간 36% 증액함으로써 진화하는 위협에 대응할 수 있게 군을 변혁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예산안을 오는 3월 하원에 제출할 예정이며 증액된 국방비를 통해 ▲핵무기 현대화 ▲군사 정보 예산 확대 ▲예비군 증원 ▲사이버 방어 능력 강화 ▲드론 등 원격 제어 무기 개발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구상대로라면 2030년 국방 예산은 마크롱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17년의 두 배가 된다.
앞서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방비 지출을 재검토해 왔다. 냉전 이후 유지돼 온 유럽의 평화가 흔들리자 국방 우선순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하며 군사 예산 대폭 증액을 발표했고,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로 늘린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독일은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후 며칠 만에 1000억 유로(134조원)를 추가로 군에 투입하기로 했고, 6월에는 보리스 존슨 당시 영국 총리가 국방예산을 GDP 2.5%로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밖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달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지적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안보 환경이 가장 심각하고 복잡하다”고 경고하며 방위비 대폭 인상을 발표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고 군비 증강에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 나토 회원국 사이에서는 국방 예산을 GDP 2%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주 러시아의 강력한 방위산업을 고려할 때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 정부는 전투병 수를 115만에서 150만명으로 늘리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러시아·벨라루스와 수백㎞의 국경을 맞댄 리투아니아의 질비나스 톰커스 국방차관은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에서 “우리는 러시아·벨라루스와 인접해 있어 국방에 대해 진지해야 한다”며 “올해 국방예산이 GDP 2.52%에 도달할 것이고 더 많은 예산을 군대와 군사 인프라에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토가 방위와 억제 태세를 확보하고 강화하는 데 진지하다면, 국방비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국방 예산 증액이나 2024년 GDP 2% 목표 달성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국방예산이 GDP 1.44%에 그쳤고 벨기에는 2030년 국방 예산 목표를 GDP 1.54%로 잡는 등 여러 회원국이 2024년 GDP 2%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 역시 국방 예산 증액 목표를 더 엄격하게 설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는 다음 달 중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