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소득 50% 이상 난방비 지원 검토
재원 마련 위한 추경 편성 가능성
건전재정 기조와 배치…물가 걱정도
정부가 중위소득 50% 이상 중산층에도 난방비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난방비 폭등 이후 대통령 지지율까지 하락하는 등 위기 신호가 나타나자 지원 범위를 저소득층에 이어 중산층까지 넓혀 민심을 달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겨울철 난방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6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에너지바우처 지원액을 두 배 인상하고 가스요금 할인 폭도 두 배 늘리는 내용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지원액을 높인 것이다.
산업부 대책 발표에도 민심이 가라앉지 않자 대통령실은 중산층까지 난방비 지원 확대를 검토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산층과 서민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다음날 “정부는 중산층 지원 대책을 좀 더 꼼꼼히 짜고 재원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제는 난방비 지원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더불어 이러한 지원책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와 맞지 않는다.
앞서 정부는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을 위해 예산 1800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 추가 예산 가운데 1000억원이 예비비에서 가져온 금액이다. 올해 전체 예비비 4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언뜻 많은 금액은 아니다.
다만 여름철 집중호우와 가을까지 이어지는 태풍 등 자연재해 가능성을 생각하면 추가로 예비비를 끌어다 쓰기엔 부담이 크다.
정부가 중산층 지원 확대를 언급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7조2000억원 규모의 에너지물가지원금 지급 등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추경 편성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방비 지원 확대에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곤란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추경 편성에 부정적 태도를 견지해 왔다.
추 부총리는 지난달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난방비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소한 지금 편성한 예산을 집행해 보고 정말 부족한 우리 여러 경제 상황이 발생했느냐, 그때 판단해도 판단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취임 이후 국가 재정정책 1순위를 ‘건전 기조’에 뒀다. 이는 윤석열 정부 전체 재정 기조이기도 하다. 실제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5.2%가량 늘리는 데 그쳤다. 전임 정부 연평균 예산 증가율 8.7%와 비교했을 때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특히 추 부총리를 비롯한 현재 여당은 지난 정부에서 전국민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재정 포퓰리즘’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난방비 지원 확대는 현 정부 정책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전히 5%대를 유지하는 높은 물가도 추 부총리가 추경을 강하게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정부는 그동안 물가가 지난해 7월 전년동월대비 6.3% 정점을 찍고 하반기에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물가는 8월 5.7%, 9월 5.6%, 10월 5.7%로 정부 기대만큼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다. 11월과 12월 각각 5.0%로 떨어지긴 했으나, 지난달 다시 5.2%로 오르며 당분간 5% 이상 고물가 상황이 계속될 것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정부가 중산층까지 난방비를 지원할 경우 자칫 물가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 편성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추 부총리의) 생각은 그대로인 것 같다”면서도 “다만 올해 예산을 워낙 타이트하게 짠 상태라 (난방비를) 중산층까지 지원하는 쪽으로 최종 결정한다면 (추경 편성 여부를) 장담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