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성태 공소장에 비자금 규모 및 조성 과정 상세히 적시
김성태 실소유 5개 비상장 페이퍼컴퍼니 통해 538억 원 횡령
그룹 계열사서 43억 원 빼돌리기도…금고지기 상대로 구체적 사용처 추가 수사
금고지기, 배임·횡령 혐의 김성태와 공모 사실 상당 부분 시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5개 페이퍼컴퍼니(SPC)를 이용해 592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용처를 지난 11일 귀국한 '금고지기' 김모 씨가 알고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14일 복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에게 제출한 김 전 회장 공소장에는 그가 조성한 비자금 규모와 조성 과정이 상세하게 적시됐다. 김 전 회장은 현재 횡령·배임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공소장을 보면 김 전 회장은 자신의 매제이자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김 씨 등과 함께 2019∼2020년 자신이 실소유한 5개 비상장 페이퍼컴퍼니(칼라스홀딩스·착한이인베스트·오목대홀딩스·희호컴퍼니·고구려37)에서 총 538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또 그가 쌍방울그룹 계열사에서 빼돌리거나 손해를 입힌 자금 43억원, 비상장 회사에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해 그룹 계열사에 손해를 입힌 11억원 등도 공소장에 적시한 비자금에 포함됐다.
김 전 회장은 이들 회사가 업무상 보유 중이던 자금을 대표이사 단기대여금 명목으로 인출해 출처를 알 수 없도록 여러 차례 수표로 교환하거나 현금화한 뒤 여러 계좌를 거쳐 다른 법인에 송금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전 회장 등은 2019년 8월경 칼라스홀딩스 계좌에서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 계좌로 인출한 5억원을 1000만원권 수표 50매로 발행한 뒤 1억원은 유흥비로, 1억 5000만원은 외제 차 구입비로, 1억 2000만원은 현금화해 임의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그는 쌍방울그룹 이사회 의결 없이 그룹 자금 30억원을 본인이 실소유한 페이퍼컴퍼니에 대여하도록 해 개인 채무 변제 등에 사용(횡령)했다고 한다.
또 쌍방울 그룹 계열사 4곳에 지인 10명을 직원으로 허위 채용해 13억 7000여 만원 상당의 급여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광림 자금 11억원가량을 고구려37 등 페이퍼컴퍼니 두 곳에 부당 지원해 광림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도 받는다. 반면 김 전 회장은 대북 송금 비용을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대여한 뒤 변제했고, 빌린 돈은 업무 목적으로만 사용했다며 혐의 일부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이 같은 수법으로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를 대북 송금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 금고지기 김모 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사용처를 추가 수사하고 있다.
11일 국내로 송환된 김 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배임,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13일 밤 검찰에 구속됐다. 재판부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김 씨를 상대로 김 전 회장의 진술을 정밀 검증할 계획이다. 김 씨는 영장 청구에 앞서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비자금 조성 과정에 해당하는 배임·횡령 혐의 상당 부분에 대해 김 전 회장과의 공모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재경총괄본부장은 해외로 도피하기 1년 전, 김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이전에 이미 퇴사한 상태였다"며 "회사 도움 없이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씨가 선임한 변호인은 김 전 회장을 변호하는 로펌과 다른 로펌 소속 변호사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