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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폭리? 은행을 위한 변명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3.02.20 07:00 수정 2023.02.20 07: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역대급 실적 사실이지만

핵심은 제로금리發 대출

정책 실패부터 따져봐야

금리 상승 이미지. ⓒ연합뉴스

폭리(暴利). 사나울 폭에 이로울 이. 그 정도로 지나치게 부당한 이익을 많이 남기고 있다는 뜻이다. 시중은행들이 최근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논란이 거세다. 높아진 금리로 모두가 힘든 와중 은행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손가락질이다. 과연 은행들은 정말 과도하다고 할 만큼 폭리를 취하고 있을까. 은행이 돈 방석에 앉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팩트체크의 시간이다.


▲팩트체크1) 은행권이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사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그리고 우리은행.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거둬들인 순이익은 총 12조141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기존 최대치였던 2021년의 10조478억원보다 20.8%(2조934억원)나 늘어난 액수로, 한 해 만에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팩트체크1) 4대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팩트체크2) 은행권의 사상 최대 실적은 이자를 통한 이익 덕분이다. →사실


해당 은행들의 이자 이익은 지난해 32조52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3.1%(6조1100억원)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순이익 성장세보다 높은 증가율이다. 이자 이익이 은행 실적을 이끈 요인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팩트체크2) 4대 시중은행 이자 이익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팩트체크3) 은행 대출과 예·적금 간 금리 차이가 최근 들어 예전보다 더 벌어졌다. →거짓


4대 은행들의 지난해 말 기준 명목순이자마진(NIM)은 평균 1.64%. 직전 20년(2002~2021년) 평균치인 2.10%보다 0.5%포인트(p) 가까이 낮은 수치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중심으로 한 은행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 때일수록 더 많은 예대 마진을 거두고 있다는 의미다.


즉 은행 입장에서 예대마진율은 지금보다 과거에 더 유리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5년 조사 대상 은행들의 NIM은 3%를 넘기도 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2009년에도 2%를 웃돌았다.

▲팩트체크3) 4대 시중은행 순이자마진(NIM)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팩트체크4) 은행들이 대출 금리는 빨리 올린 반면, 예·적금 이자율은 천천히 높였다. →거짓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은행들이 지난해 12월에 접수한 저축성 수신 상품에 매긴 금리는 4.22%로 1년 전보다 2.52%p 높아졌다. 같은 기간 신규 대출을 내주며 매긴 금리는 5.56%로 2.31%p 상승하는데 그쳤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지난해, 대출보다 예·적금 이자율이 더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팩트체크4) 은행권 대출 및 수신 금리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팩트체크5) 은행 이자 마진이 급증한 이유는 제로금리 기간 폭증한 대출 때문이다. →진실


최근 10년 간(2013~2022년) 은행권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 총량의 연평균 증가폭은 106조679억원이었다. 하지만 연도별로 보면 2019년까지만 해도 은행권의 연간 대출 증가량은 100조원을 넘지 않았다.


이 기간 은행 대출은 2019년과 2020년에만 각각 195조1033억원과 156조9854억원씩 기하급수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한은 기준금리가 0%로 떨어진 시기였다. 기준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대출 증가폭은 115조1595억원으로 다시 축소됐다.

▲팩트체크5) 은행권 연도별 대출 증가폭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사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제로금리 시대가 열렸던 3~4년 전 당시만 해도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의 이자 마진이 위축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기준금리가 낮을수록 기대할 수 있는 예대금리차도 축소되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은행권의 NIM은 사상 최저치인 1.39%까지 고꾸라졌다.


변수는 0%대 금리에 힘입어 급속도로 불어난 대출이었다.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성 효율은 저하됐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대출이 폭증했다. 이른바 영끌과 빚투로 점철된 유동성 파티의 시기였다. 그렇게 불어난 대출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 은행권 이자 마진 확대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근래 은행권의 이자 이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건 중앙은행의 선택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한은의 유래 없는 선택이 시중은행의 전례 없는 이자 이익을 낳은 셈이다.


시중은행이 아무리 민간 기업이더라도 현재 그들의 이익에 부당한 면이 있다고 여길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잘못은 다른 곳에 물어야 한다. 은행의 탐욕에 앞서, 제로금리 속 폭주하던 대출을 제어하지 못한 정책 실패를 꼬집어야 한다. 아무리 엎질러진 물이라도, 지나간 일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일은 중요하다. 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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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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