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선점을 위한 투자, 지방과의 상생…현장·지방·소통 키워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 계열사들의 핵심 거점들을 잇달아 찾아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대만 TSMC와의 시스템반도체 전쟁, 중국과의 디스플레이 전쟁으로 포연이 자욱한 상황에서 이들을 압도할 미래선점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부회장 시절부터 강조해온 지방과의 상생 의지를 담은 전략적 의미도 읽힌다.
이 회장은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찾아 첨단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봤다. 앞서 지난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 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본 지 10일 만에 다시 ‘미래선점’ 경쟁이 치열한 분야의 지방 사업장을 찾은 것이다.
흔히 ‘후공정’으로 불리는 패키지(반도체 칩을 전자기기에 부착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공정)는 과거 팹리스(설계)나 파운드리(생산) 등 전공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간 ‘미세공정 경쟁’이 기술적인 난제와 엄청난 비용이라는 문제는 물론 주요 IT 업체들이 독자 칩을 개발하는 추세까지 본격화하면서 맞춤형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첨단 패키지 역량은 반도체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단일 칩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적 난제가 급증하면서 오히려 여러 종류의 반도체 칩을 하나의 기판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담을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 것이다.
파운드리 선발 주자인 대만의 TSMC는 방대한 후공정 생태계를 구축, 패키지 기술에서 삼성전자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패키지’ 기술에서도 도약이 필수적이다.
반대로 QD OLED는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중국 업체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갖춰 압도적인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과제다. LCD에서는 이미 중국과의 기술적 차이가 없어졌다는 평가인 만큼 QD OLED는 미래 디스플레이산업의 핵심 승부처로 불린다.
이 회장이 잇따라 방문한 패키지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앞으로 10년 이후 삼성전자가 글로벌 전자산업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확대해 나갈 수 있느냐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한 기술적 변곡점에 있는 분야인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국가적 지원을 받는 중화권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그들보다 한 발 앞선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라며 “이 회장은 ‘앞선 기술’을 조속히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와 인재 육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회장의 취임 후 공개 행보에는 ‘지방’, ‘중소기업’, ‘협력업체’, ‘지역별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등이 키워드로 담겨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광주사업장을 방문한데 이어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스마트공장 ▲삼성화재 유성연수원/SSAFY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등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협력업체·중소기업·지역인재 육성(SSAFY) 등 지방 경제 활성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각 주체들을 찾아 격려를 지속하고 있다.
지방사업장에 대한 투자는 해당 지방 협력업체와 중소기업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SSAFY를 통한 인재 육성은 지방의 취업난 해소는 물론 지방 기업의 ‘SW 인재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코로나 등 글로벌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우리 보다 더 어려운 곳’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며, 이들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최근 행보는 지방에 소재한 ‘첨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모색하는 동시에, 이와 연계한 지방 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미래 동행’ 철학의 구체적인 실천을 위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