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감독 데뷔전 셧아웃 승리 환호
김연경 경기력에 엄지..선두 굳히기 발판
김연경(34)의 강력한 공격을 지켜본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53·이탈리아) 감독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흥국생명은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진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홈경기 한국도로공사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19 25-17 28-26) 셧아웃 승리를 따냈다.
이번 시즌 도로공사와의 다섯 번째 대결마저 승리로 장식한 흥국생명은 승점69(23승7패)를 기록, 현대건설(62)과의 격차를 벌리면서 선두를 질주했다.
아본단자 감독의 V-리그 데뷔전 승리라 더욱 의미가 깊다.
아본단자 감독은 1996년 이탈리아리그에서 배구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대표팀 코치, 그리스 국가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한 명장으로 세계적인 클럽 튀르키예 페네르바체(2013~2017년)까지 감독으로서 김연경과 함께했다.
데뷔전을 앞두고 “(정규시즌)남은 7경기를 모두 이기고 싶다”고 말했던 아본단자 감독은 순조롭게 첫 발을 내딛었다. 과거 인상 깊었던 제자이자 현재 흥국생명 전력의 핵심인 김연경의 경기를 지켜본 아본단자 감독은 감탄했다.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의 기량은)여전하다. 튀르키예 시절과 다를 것이 없다”고 칭찬했다.
경기 내내 선 채로 작전판을 쥐고 코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아본단자 감독은 득점을 올릴 때마다 가벼운 어퍼컷 세리머니도 보여줬다. 경기 중 박정아(한국도로공사) 공격 때는 직접 비디오 판독을 신청해 오심을 잡아냈다. 듀스 끝에 28-26으로 3세트를 따내고 승리를 확정짓자 벤치로 몸을 돌려 두 팔을 들고 환호하며 코치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시즌 중 감독 경질 사태 등으로 최악의 분위기로 빠져들었던 흥국생명은 이제 완전히 안정을 찾았다. 현대건설이 연패 늪에 빠진 가운데 흥국생명은 상승세를 넘어 선두를 굳힐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후 김연경도 “감독님의 첫 경기를 이겨서 정말 좋다”며 “열정과 표현이 많은 분이다. 앞으로 코트에서 블로킹, 수비 등 포지션에 대해 많은 지시가 있을 것이다. 팀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희망을 말했다.
은퇴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연경은 "은퇴 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앞으로는 얘기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지금 상황은 감독님께서 오셔서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다. 올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한 배구 관계자는 “흥국생명의 분위기가 확실히 살아났다. 감독 경질 사태로 혼란스러웠을 때를 떠올리면 지금의 분위기와 성적은 놀랍다”며 “(정규리그)우승을 알리는 신호탄을 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