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관련 하이브와 SM의 설전이 격화되고 있다. 하이브는 24일 SM과 카카오 간 계약에 대해 주주 이익을 훼손한다며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SM은 즉각 “주주를 호도하기 위한 악의적 곡해”라며 맞받아쳤다.
하이브는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SM과 카카오의 사업협력계약서 및 관련 계약의 적법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과에 따라 필요한 민·형사상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SM 경영진이 관련 의사 결정을 모두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하이브는 SM과 카카오가 체결한 전환사채인수계약이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이 계약서에는 SM이 신주 및 전환사채(CB) 발행 시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우선적 인수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이 경우 카카오가 지분을 계속 늘릴 수 있어 다른 주주들에겐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는 “SM의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카카오가) 우선권을 활용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면서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릴 수 있다”며 “나머지 주주에게 지속적으로 지분 가치의 희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 계약으로 인해 추후 SM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투자자를 받기 어려워져 사실상 카카오가 SM의 경영권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또 하이브는 SM과 카카오가 체결한 계약이 수평적 협력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음반·음원은 회사 및 아티스트의 주 수익원이며, 아티스트 위상에 따라 유통 수수료의 협상력이 달라진다”며 “SM은 본 계약을 통해 이런 중요한 사업 권리를 기간 제한 없이 독점적 권한을 카카오엔터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향후 SM의 미주 지역 활동을 관리할 신설 회사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다. 하이브는 “카카오엔터의 임원이 글로벌 음원 유통권을 포함한 SM 주요 사업의 의사결정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SM과 아티스트들의 이해관계를 추구하기 어려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피해는 고스란히 SM 아티스트 및 주주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이브는 “당사는 본 계약이 SM의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SM 아티스트들의 권리를 제약하며, SM 구성원분들의 미래를 유한하게 만드는 계약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SM의 현 경영진들은 본 계약과 관련된 세부적인 의사결정을 모두 중단해 주실 것을 요구한다”면서 “본 계약이 담고 있는 법적인 문제들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에 있다.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민·형사상의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M은 이날 즉시 하이브의 주장을 맞받아쳤다. SM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현재 정관상 신주 발행 한도가 거의 다 찼기 때문에(잔여한도 약 2만주, 0.08%) 정관 변경 없이는 추가 신주 발행을 하는 게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카카오가 SM에 추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요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하이브가) 투자계약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문구를 주주들을 호도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곡해하는 것이며, 실사 없이 졸속으로 적대적 인수를 추진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SM 아티스트의 음반·으원 유통에 대한 ‘기간 제한 없는’ 권한을 카카오에 넘겼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SM은 “사업협력계약에 항목별 세부내용이 없는 것을 두고 무기한 권리를 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세부내용은 향후 구체적으로 개별계약을 진행할 때 별도로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이브도 YG 측에 5년 단위 계약으로 음원·음반 유통을 맡기고 있다. 유통은 더 잘 팔아줄 수 있는 유통 전문사에 맡기는 게 더 이익이라는 점은 하이브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엔터와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추진할 미주 지역 사업도 문제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SM은 “(장윤중 부사장은) 방시혁 의장과 함께 미국 빌보드에서 뽑은 ‘음악 시장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글로벌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하이브의 적대적 M&A가 성공한다면 SM 구성원과 주주, 팬, 아티스트는 물론 케이팝 산업과 생태계 전체에 피해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SM과 하이브의 설전은 내달 31일 SM 주주총회가 열릴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이날 SM 주주들을 상대로 하이브에게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권유하는 공문을 보냈다. SM 측도 여러 대행사를 통해 소액주주 설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