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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하이브·SM, 거대 기업의 결합…K팝 창작자들의 시선은?


입력 2023.02.28 14:01 수정 2023.02.28 14:0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SM 고유의 색 흐려질 수 있는 가능성 배제 못해"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가 된 하이브와 현 SM 경영진이 다음 달 말에 열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확보를 위한 전쟁을 시작했다.


이달 초 현 SM 경영진은 이수만의 결정과 함께 'SM 3.0'을 발표한 데 이어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1천119억 상당 신주와 1천152억 원 상당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 현 경영진이 내린 자신의 퇴진 결정을 두고 불복, 하이브에 지분 14.8%(4281억 원)를 팔면서, 하이브는 케이팝을 상징하는 SM엔터테인먼트의 1대 주주가 됐다. 이에 이수만-하이브와 SM 현 경영진, 카카오, 얼라인 파트너스의 대립 관계는 날이 갈 수록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케이팝의 태동부터 전성기까지 이끈 SM엔터테인먼트와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성공으로 국내 최대 기업이 된 하이브는 국내 가요계를 이끄는 대형 소속사다. 두 대형 소속사의 '쩐의 전쟁'을 두고 문화, 경제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들과 파트너가 돼 케이팝을 만들어가고 있는 창작자들은 국내 최정상 케이팝 가수들을 품고 있는 두 기업의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프로듀서 및 작곡가, 작사가 등은 케이팝 독점 이슈를 공통적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작곡가 A씨는 "SM은 음악이라는 모든 콘텐츠의 원천을 담아놓고 마르지 않게 계속 저수지가 마르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이브의 거대화로 이 저수지가 공유되면 하이브와 SM의 기업 간 경쟁이 아닌, 본사와 인수 회사로 관계가 바뀌며 SM이 일궈놓은 저수지가 마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하이브가 그리는 그림은 케이팝의 세계화가 아닌, 하이브가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엔터 대기업화라고 보인다. 하이브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SM의 아티스트, 음악, 시스템을 소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게 당연하다"라며 "작곡가의 입장에서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거대한 하이브'와 '그 외 제작사'로 나눠지게 되니, 당연히 거대한 하이브는 모든 콘텐츠의 우선권을 가지는 그림이 될 것 같다.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대기업만 엔터 사업만 할 수 있는 형태가 돼 그 허들이 높아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프로듀서 B씨는 "SM은 케이팝 내에서 특별한 존재다. SM이 다양한 시도를 통해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시도를 허락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공이 크다는 걸 인정하고 바라보고 있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한다면, SM 고유의 색이 유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인 것 같다. 만약 SM 색이 흐려지는 건, 전 세계 케이팝 팬들이 다양한 케이팝 문화를 누리지 못하게 될 수 있으니 국가적인 손해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거대 기업사의 케이팝 독식 우려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졌다. 그는 "SM이 하이브에 인수 되든, 되지 않든, 발표하는 음반 수나 콘서트 등의 횟수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인프라와 자본의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원래부터 하이브와 SM은 다른 중소 소속사와 체급 부터 달랐다"라고 말했다.


작사가 C 씨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각각 회사가 가사를 수급하는 스타일이 다른데 이 방식이 통일 되지는 않을까 싶다. 하이브는 트랙마다 원하는 바가 확실히 정해져 있고 SM은 주로 작가들에게 맡긴다. 그래서 하이브 아티스트 트랙 크레딧을 보면 작사란에 많은 작사가들이 올라가 있다. 대기업 둘이 합쳐져 가사를 수급하는 방식이 통일되면, 다른 엔터테인먼트들도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갈 것 같은데 이 방식이 과연 케이팝에 도움이 되는 방향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작사가 E 씨는 "솔직히 기대되는 부분은 없다. 하나된 힘으로 시장도 넓어지고 음반 판매량 수도 높아지면 좋겠지만, 하이브, SM 각자일 때보다 시너지가 날 거서 같진 않다"라며 "작가 입장에서는 완전경쟁체제가 아니라 애매한 협력으로 컴백 일정들이 조율을 통해 컴백 일정들이 밀리는 현상이 일어나 발매 수 자체가 줄어들고 느려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담당자들이 다르더라도 최종결정권자가 통일되면 창작물의 다양성이 줄어드는데 영향일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SM이 가지고 있던 원조의 자부심, 문화적인 자산들이 이권 문제로 퇴색되는 현 주소가 아쉽기만 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27일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SM과 파트너십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만은 없게 됐다.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라며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확보를 위해 SM엔터 주식 매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카카오는 유상증자를 통해 SM 지분 9.05%를 매입, 2대 주주로 등극한다고 밝혔지만, 하이브-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역습에 당했다. 하이브는 카카오가 경영 참여에 관심이 없다는 전제 하에서 카카오엔터의 사업적 제안 내용이 SM의 사업에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라며 기존의 입장에 특별한 변화는 없다고 대응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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