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스윔'...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엄쳐 나가자 [MV 리플레이 ㉚]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3.25 15:54  수정 2026.03.25 15:54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20일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을 발매하고 타이틀곡 '스윔'(SWIM)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끝없는 바다를 항해하는 거대한 배를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는 그 안에서 흔들리고 좌절하며 고통을 마주하는 여성과 그의 곁을 지키며 지지하는 일곱 멤버를 그려낸다.


ⓒ빅히트 뮤직
줄거리


뮤직비디오는 나침반을 보던 한 여인이 박물관에서 낡은 배 모형을 응시하며 시작된다. 여인이 눈을 감자 장면은 실제 바다 위를 항해하는 거대한 선박으로 전환되고, 정국이 키를 잡은 채 항해의 서막을 알린다. 배 안에서 깨어난 여인은 갑판으로 나가 잠시 자유를 만끽하지만, 기쁨은 이내 고통으로 변한다.


그녀는 휘청거리며 복도를 달리고 침대에 누워 좌절하며 괴로워한다. 멤버들은 젖은 머리로 거친 파도와 싸우며 항해를 지속하지만, 정작 고통받는 여인의 눈에는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힘들어하던 여인은 다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갑판으로 뛰어가 물결을 응시하다 결국 자신을 옭아매던 나침반 목걸이를 스스로 끊어내고 바다를 응시하며 미소를 짓는다. 현실로 돌아온 그녀의 몸은 여전히 물에 젖어 있으나 배 모형을 바라보는 여인은 처음과 달리 웃는 모습이다.


해석


뮤직비디오 속 여인은 팬덤 아미(ARMY)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불안함을 느끼는 멤버들의 내면을 시각화한 존재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 멤버들은 배를 타고 삶의 여정을 나아가며 방향키도 잡고 돛도 움직이며 이리저리 애쓰고 있지만 그 내면은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와 정체 모를 불안 사이에서 격렬하게 흔들린다. 여인이 배 안에서 홀로 춤을 추다 좌절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은 화려한 활동 이면에 숨겨진 멤버들의 실제 심리적 고통을 대변한다.


영상의 중반부 복도에서 여인과 뷔와 부딪혔음에도 뒤돌아보면 아무도 없는 연출은, 이 항해가 누군가 구원해주는 동화가 아니라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고독한 싸움임을 보여준다. 멤버들의 불안한 모습을 시각화한 뮤직비디오에 팬들은 걱정할 수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인이 나침반 목걸이를 스스로 끊어내고 미소 짓는 것은, 자신을 억압하던 외부의 기준이나 방향성에서 벗어나 비로소 스스로의 힘으로 항해를 계속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찾았음을 의미한다.


ⓒ빅히트 뮤직
총평


전체적인 뮤직비디오의 만듦새는 훌륭하지만, 비주얼 콘셉트 면에서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멤버들의 개인적인 불안과 내면의 고백은 이미 지난 솔로 활동들을 통해 충분히 전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년 9개월 만의 완전체 컴백작에서조차 그 무게를 내려놓지 못했다. 팬들과 대중은 에너지 넘치고 신나는 퍼포먼스를 기다려 왔으나, 뮤직비디오는 여전히 개인적으로 할 말이 많은 아티스트의 고뇌에 매몰되어 있다.


세련된 미장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분위기가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 '옛 투 컴'(Yet To Come) 등의 정적인 타이틀곡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상을 주는 이유다. 포스트 말론(Post Malone), 도자 캣(Doja Cat), 두아 리파(Dua Lipa) 등 글로벌 팝스타들과 협업한 타누 무이노(Tanu Muino) 감독과 협업해 곡의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는 대신, 다시금 내면의 침잠을 선택한 이번 뮤직비디오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강렬한 '한 방'을 기대한 팬들에게 묘한 괴리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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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진 그 시절의 에너지, 반복되는 불안의 파도 속에도 헤엄치는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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