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양해각서 깬 건 푸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하지 않았다면 러시아의 침공이 없었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아일랜드 공영 RTE 방송에 따르면 클린턴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포기를 설득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책임을 느낀다"면서 "우크라이나가 계속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러시아가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을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1994년 1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핵포기 협정인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체결을 주도했다.
당시 러시아와 미국, 영국 등 3대 핵강국이 해당 협정에 서명했다.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등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주권과 안보, 영토적 통합성을 보장받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우크라이나는 핵탄두 1656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76기, 전략핵폭격기 40대 등을 보유한 세계 3대 핵보유국 중 하나였지만 양해각서를 이행하기 위해 1996년까지 모든 보유 핵무기를 러시아로 넘겨 폐기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핵을 포기하는 걸 두려워했다. 그것이 러시아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유일한 방안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우크라이나는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참담하다"고 회고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이 협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며 "푸틴 대통령은 이 협정을 깨뜨리고 먼저 크림반도를 점령했다"고 비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지가 굳건하게 유지돼야 한다"며 "푸틴 대통령이 한 일은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하며, 유럽과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평화 협정을 검토할 때가 올 수도 있지만 그전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