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등 지도부 宋 관련 언급 자제
자체조사 요구에도 여전히 신중 입장
당내서는 소극적 대응에 불만 표출돼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핵심 당사자인 송영길 전 대표가 입국을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송 전 대표가 즉시 귀국해 검찰 조사에 응하는 등 결자해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서 당 차원의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신중론이 지도부 전반에 깔려 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의 조기 귀국 요청을 수용하고 자진탈당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다만 송 전 대표의 입국을 앞두고 관련 입장 표명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의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의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당 차원의 입장은 전날 권칠승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이 전부였다. 권 수석대변인은 "송 전 대표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귀국을 계기로 사건 실체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신속하게 투명하게 규명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는 당내에서 돈봉투 의혹 연루 의원 처분, 소속 의원 169명 전수조사, 비상 의원총회 개최 등 다양한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탓이다. 당 지도부는 애초에 자체조사가 강제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구속력 있는 조사가 어렵고, 결론을 내린다해도 '셀프 면죄부'로 보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떠한 입장이라도 낼 경우 돈봉투 의혹 해법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관석·이성만 의원 탈당 또는 출당 방안 논의 등이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다. 오늘 송 전 대표가 입국을 하면 상황 변화가 있을테니 사건 실체와 내용에 대해서 기다려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라며 "당 안팎 이런저런 요구와 우려가 있다는 건 지도부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자체 진상조사와 관련해서도 "방침이 바뀐 건 없다"라며 "실체가 확인되는대로 상황에 대응한다는 기존 방침이 유지되고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통해서 상황들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석 정책위의장도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내부적으로 조사에 대한 얘기도 했지만 사실 한계가 있고, 이미 논의를 할 때쯤 돼서 국민의힘에서 '셀프 조사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러니까 했어도 하고 나면 시비를 걸 것이다라고 생각됐기 때문에 그러지 말고 차라리 빨리빨리 수사를 하게 하는 게 좋겠다 이렇게 얘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宋 탈당에 한숨 돌렸다? 자체조사해야"
불만 증폭…지도부는 與김현아 의혹으로 물타기
당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검찰 조사만 기다리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사실이 밝혀지면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하고 진실과 책임이 핵심인데 하나도 달라진 게 없고 (송 전 대표가) 탈당했다는데, 탈당했기 때문에 한숨을 돌린다고 한다면 '꼬리 자르기' 아닌가"라며 "탈당했다 하더라도 민주당의 문제로 그대로 남아 있는 건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 대표나 지도부의 리더십은 철저히 파헤치고 성역 없이 추상같이 파헤쳐서 진실을 드러나게 하고 그 책임을 묻도록 하는 게 당을 살릴 수 있는 기회"라며 "우리 당의 운명을 검찰 수사에 맡기고 거기에 이끌려 간다는 게 말이 되나. (이는) 자가당착"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진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을 언급하며 대여 공세에 나선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또한 관련 문제에 있어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지만, 자당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물타기'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와 윤·이 의원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모르는가"라고 반문했다. 경찰은 김 전 의원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민주당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며 "김현아 전 의원은 고양시에서 공천을 미끼로 돈 봉투를 주고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돈을 요구하는 내용이 녹음된 녹취가 있다고 하는데, 왜 이런 내용이 1년 전부터 있었는데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는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