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홍종선의 배우발견㊺] 미워할 수 없는 불륜남, 김윤석 이어 두 번째


입력 2023.05.04 08:50 수정 2023.05.10 12:50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닥터 차정숙' 김병철, 못 말리는 코믹본능으로 시청자 "미움 해제'

아내 따로, 애인 따로, 서인호 역의 배우 김병철 ⓒ출처=드라마 홈페이지 포토

'아줌마들에게' 남편의 바람은 친구의 일이어도 드라마 속 일이어도 흥분의 대상이 되곤 한다. 외도남 역할의 배우는 장희빈을 연기하는 배우만큼이나 욕을 먹고 미움을 받는다.


드라마 ‘있을 때 잘해’의 주역들. 배우 김윤석, 하희라, 지수원(왼쪽부터) ⓒ출처=MBC 드라마 홈페이지

지난 2006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MBC 아침드라마 '있을 때 잘해'의 남자주인공은 조강지처 오순애(하희라 분)를 두고 배영조(지수원 분)와 바람이 났음에도 여성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지 않았다.


바람이 나도 그냥 난 정도가 아니라 외도를 들키고도 적반하장 큰소리를 쳤다.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집단 최면에라도 걸린 걸까. 오히려 열혈팬이 늘었다. 그 뻔뻔한 남자에게 뭇여성이 반해버렸다. 애인 있는 유부남 하동규를 카리스마 있게, 섹시하게 연기한 배우 김윤석이었다.


서인호의 아내에서 차정숙으로! 배우 엄정화 ⓒ출처=이하 드라마 홈페이지 포토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 2023년 재발했다. 4일 현재 6화까지 방송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불러온 파문이다.


구산대학 항문외과 과장 서인호에게는 아내도 있고 내연녀도 있다.


아내도 그냥 아내인가, 예과 시절까지만 해도 서인호보다 공부 잘하던 의대생이었건만 예상치 못 한 임신에 결혼과 출산, 육아로 내달리면서 인턴에서 경력이 멈추고 만. 좋은 며느리에 아내에 엄마 역할을 야무지게 해온 차정숙이다.


서인호의 첫사랑에서 ‘애인’으로, 배우 명세빈 @

내연녀는 또 어떤가. 원래 서인호와 최승희는 서로의 첫사랑으로 장래를 약속한 사이였다. 역시나 의대생인 최승희가 잠깐 미국에 간 사이 서인호가 차정숙에게 한 눈 판 바람에 울며 겨자 먹기로 헤어진 사이다. 이별 후 최승희는 미국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했고, 연수 차 미국에 간 서인호와 재회했다. 서인호가 한국으로 돌아간 후 최승희는 홀로 아이를 낳았고, 미혼모가 되어 집안에서도 축출됐다. 시간이 흘러 최승희는 딸과 귀국했고, 두 사람은 현재 한 병원에서 근무한다.


지양해 마땅한 표현이건만 상황에 딱 맞아떨어져 빌어 쓰자면 서인호에게는 '오피스 와이프'도 둘이다. 한 명과는 알콩달콩 연애를 하는데 내연녀 최승희이고, 다른 한 명은 어떻게든 병원을 그만두게 하고픈데 끈질기에 잘 버티는 아내 차정숙이다.


맞다, 차정숙은 전업주부였다. 급작스럽게 간이식이라는 큰 수술을 겪으며 집 밖으로의 탈출, 단절된 경력의 이어붙이기를 결심하고 실행 중이다.


서인호의 말 못할 속내, 예상치 못한 이유 @

스토리만 보면, 서인호는 정말 나쁜 놈이다. 여자친구 두고 한 눈 팔았고, 그 상대와 결혼했다. 그 여자친구를 지금도 심지어 한 직장에서 만나고 있고, 자의는 아니나 아내도 한 직장에 있다. 두 여자와 모두 자녀를 두었다.


그런데 아내를 멀리 하며 정조를 지키면서도 이혼에는 미지근하고, 애인에게는 살갑게 굴며 모든 비위를 맞추지만 떳떳한 가정을 도모하지도 않는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고, 이기적이어도 이렇게 이기적일 수가 없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드라마를 보다 서인호가 나오면 웃는다. 벌써 베시시, 웃을 준비를 하고 있는.우리가 있다. 지금 다함께 상황 파악 못 하는 병에 걸린 것인가, 윤리는 잠시 고등학교 교과서 안에 넣어둔 것일까.


내로남불. 차정숙과 로이 킴이 친근해 보이자 ‘질투’ ⓒ

배우 김병철 탓이다. 맞다 탓이다. 결혼과 연애, 일과 사랑은 별개라는듯 직장에서나 집안에서나 온갖 권위 내세우며 위엄 있게 구는 모습이 태연하다. 연인에게는 신의를 지키지 못했고 혼자 아이를 낳게 한 형벌을 달게 받듯 달콤하고 귀여운 매력을 발산한다.


한 사람이 아니라 1인 2역을 하듯 태연하게 행동하니 우리도 헷갈린다. 가정을 지키려는 것도 이해되고, 애인에게 죄의식을 보태 잘하는 것도 이해되고, 그 입장에 서면 뭐, 그럴 수도 있을 것처럼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김병철 탓이다.


또 있다. 일찍이 또 다른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우리가 알아버렸듯, 배우 김병철은 극도의 진지와 극도의 코믹을 유연하게 오간다. 그래서 더 무섭고 그래서 더 웃기다.


내기, 승부의 전과 후. 팔색조 김병철 ⓒJTBC 드라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그런 김병철이 이번엔 작정하고 웃기려 든다. 코믹본능의 활화산을 마구 폭발시킨다. 작곡가 주페의 '경기병 서곡'을 반주 삼아 격정적 노트북 키보드 연주로 배꼽 잡았고, 탈모에서 출발해 발기부전에 이어 오십견마저 걸린 중년의 고통을 웃음펀치 삼아 우리를 쓰러뜨렸다.


너무 웃겨서 불륜남인 걸 까맣게 잊고 그저 웃는다. 말도 안 되게 코믹하다가 갑작스레 말도 안 되게 진지해지니 그 진푹 큰 연기에 감탄하느라 또 이중생활의 뻔뻔남인 걸 잊는다.


이렇게 잘생겼었나요? ⓒ출처=드라마 홈페이지 포토

심지어 멋있다. 아내 차정숙 역의 엄정화는 섹시와 건강미로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배우이고, 내연녀 최승희 역의 명세빈은 오랜만에 만나도 여전히 도도하고 상큼한 매력을 자랑하는데. 그 사이에 선 김병철은 조금도 약해 보이거나 조금도 기죽어 보임 없이 도리어 줄다리기의 승부수를 쥔 사람처럼 당당하다. 역시 준비된 배우는 기회만 주면 본인의 진가를 스스로 입증한다.


전업주부 20년차에서 레지던트 1년차로의 변화를 꿈꾸는 차정숙의 스토리도 재미있고, 간담췌외과 전문의 로이 킴 역 민우혁의 잘생긴 외모도 훈훈하고, 명세빈의 패션 스타일을 눈여겨보는 것도 즐겁지만. 매주 토요일, 일요일 밤 10시 30분을 기다리는 큰 이유는 배우 김병철을 보며 웃고 싶어서다.


토일즐! 토요일 일요일이 즐거워~~~ ⓒJTBC 드라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김병철이 연기하는 서인호만 봐도 웃음이 터지는데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는 재미있는 캐릭터와 코믹 연기에 능한 배우가 많다. 외과 과장 윤태식 역의 박철민, 가정의학과 과장 임종권 역의 김병춘, 차정숙의 절친인 피부과의원 원장 백미희 역의 백주희도 시청자의 웃음보를 터뜨린다.


이루 다 언급하지 못 하지만 '닥터 차정숙'의 배우들은 정극과 코미디를 오가며 드라마 분위기를 통통 튀게 만들고 유쾌한 웃음을 선물한다. 어쩐지 기분이 꿀꿀할 때 맞춤 처방작이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