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불구…AI도 침범할 수 없는 창작자의 영역 [AI가 흔드는 출판③]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3.22 08:51  수정 2026.03.22 08:51

창작에 AI 참여?

마케팅부터 시장 분석까지, 커지는 AI 역할 속 창작 활용에 의견 분분

구글의 제미나이에게 소재와 로그라인만 정해주면, 질의응답을 통해 작품의 분위기부터 캐릭터의 성격, 사소한 에피소드들까지. ‘원하는’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 이렇게 탄생이 된 작품의 ‘완성도’에는 의견이 엇갈리겠지만, AI가 제시하는 ‘선택지’ 몇 개만 거치면 단편 소설 한 편을 30분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다.


‘AI로 소설 쓰는 법’을 포털 사이트 또는 유튜브 플랫폼에서 검색하면, 이보다 더 완성도 높게 작품을 완성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전문가가 보면 사람과 AI가 쓴 작품의 구분이 가능하다”고 그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제는 AI를 통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뉴시스

물론,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작가들은 창작 분야에 AI를 활용하는 것에 엇갈린 반응을 보낸다.


한국 문학의 거장 황석영 작가는 최근 출간한 신작 ‘할매’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금강 하구 군산 하제마을의 600년 된 팽나무를 소재로 한 이 소설은 팽나무가 버텨 온 시간을 따라가며 인간이 겪어온 비극과 번영의 역사를 되짚는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펼쳐내는 깊이 있는 전개가 남기는 여운이 유독 긴 이 소설을 AI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는 언급에 독자도, 출판인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인터뷰를 통해 “600년 된 팽나무, 시대 배경, 구성 방법 등 대여섯 가지 요소를 입력해 놓고 대화를 나눴다”고 AI 활용법을 설명한 황 작가는 이미 2024년 ‘손석희의 질문들’에서도 "(챗GPT를 써보니까) 박사 학위 10명 정도를 두고 일하는 것 같다. ‘장길산’을 쓸 때 저런 것이 있었으면 날고 기었겠다”라고 AI의 ‘편리함’을 언급한 바 있었다. 즉, 집필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AI와의 대화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 것이 그의 활용법인 셈이다.


AI가 작가의 역할을 ‘대신’ 소화하는 것엔 대다수 관계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글을 쓰는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인 희석은 “월 판매 부수 종합 후 이를 바탕으로 광고 전략을 세울 때 AI를 활용하고 있다. 무료 버전은 신뢰할 수 없어 유료 버전을 쓰고 있다. 그밖에 데이터 정리, 숫자와 관련된 비교 분석 등에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한 그는 그럼에도 “‘창작 분야는 절대 쓰지 말아야 한다’를 원칙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현재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AI는 정해져 있는데, 그렇게 되면 서로가 서로의 작품을 베끼며 양산하는 꼴만 나올 것”이라며 “막을 수 없는 흐름인 것도 맞습니다. 실제로 AI를 활용해 작품을 완성하고 있는 여러 창작자를 보고 있다. AI를 잘 활용해 창작하고자 한다면 활용하는 사용자 본인이 글을 잘 쓰고 문장을 잘 구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작품이라 부를만한 수준으로 뽑아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AI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용자가 입력하는 토큰 값에 의해 움직이고 작동하는 기계”라고 말했다.


최근 근미래를 배경으로, 개개인의 비서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일상에 깊게 침투한 AI 비서 이야기 ‘포나’를 쓴 정은우 작가도 AI가 침범할 수 없는 창작자의 영역을 강조했다. 그는 “AI를 자기 생각에 대해 이상한 점을 발견하는 수단으로는 쓸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문장 자체를 AI가 써버리는 건 안 된다. 글을 쓰다 보면 막히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중요하거나 쓰는 이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부분일 확률이 높다. 그때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이 문장 뒤 이 문장이 나와도 되나’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때 그걸 어떻게 돌파하고, 또 변주를 주는지가 쓰는 이의 몫이다. 결국은 선택인데, 그 선택들이 모여 그 작가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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