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대 AGV의 물류 운반으로 업무 효율성·정확도↑
컨테이너선으로 수출…3대 적재 등으로 비용 10%↓
“품질을 중요시했던 삼성의 마인드가 유전자처럼 남아 있습니다.”
이해진 르노코리아 제조본부장은 지난 16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진행된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미디어 팸투어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사명에서 삼성은 사라졌지만 직원들은 남아 삼성의 ‘초격차’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 본부장은 부산공장의 현황과 특징에 대해 설명하며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심지어 “파업을 해도 품질 지표는 똑같다”고까지 했다.
그런 자신감에 대한 근거들은 부산공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소음이 가득해 일반적인 소통이 어려울 정도였지만 공장 내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보였다. 많은 제조과정을 로봇들이 대체하고 있지만, 자동차 제조에는 다른 중후장대 산업보다 사람이 많이 필요해 근로자의 숙련도가 품질을 크게 좌우한다.
자동차는 스탬핑-차체-도장-조립-검사 등의 제조과정을 거친다. 강판을 강한 힘으로 눌러 판넬을 만드는 스탬핑이나 용접으로 판넬을 이어붙이는 차체공정, 색깔을 입히는 도장은 자동화 공정이 효율적이지만 자동차의 꽃이라고 비유되는 조립은 섬세한 작업이 많아 아직 사람의 손길이 더 효율적이다.
공정원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마트팩토리나 외관품질 CCTV 등도 보조하고 있다. 작업대에 설치된 태블릿들을 통해 작업지시정보, 실시간 품질 피드백, 공정관리자와 공정원간의 양방향 소통 등을 할 수 있다. 전 공정 65대의 CCTV도 어느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지 추적 관리를 한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의 품질 및 효율성 제고의 핵심은 무인운반차(AGV)다. 공장 바닥에는 여러 선이 표시돼 있는데 노랫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돌아다니는 224대의 AGV가 다니는 길이다. 물류공급 자동화율이 95%에 달하는 부산공장은 다차종을 혼류생산하기 때문에 ‘바보도 할 수 있다’는 의미인 FPS(Fool Proof System)의 오류방지시스템을 적용한다.
작업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차량 한 대의 정확한 부품을 한 대의 대차에 키트로 만들어놓으면 이를 AGV가 작업자의 옆으로 운반해 잘못된 부품을 장착시키는 일도 없게 된다. AGV 도입 전에는 조립 라인 옆에 부품을 쌓아놓고 작업해 부품을 찾느라 공간이나 시간이 많이 낭비됐지만, 도입 이후에는 시간과 공간 효율성도 높일 수 있게 됐다.
자동차 한 대 만들어지는 동안 80번 넘게 스파크가 튀기는 용접과 도장은 100% 로봇들이 대신하고 있다. 중후장대의 대표적 산업답게 덩치 큰 여러 대의 로봇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도 합을 잘 맞춘 액션 배우들처럼 군더더기 없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차량의 뼈대가 되는 무거운 차체도 번쩍 들어 옮겼다.
르노코리아는 부산공장이 하나의 라인에서 혼류생산을 한다는 경험도 큰 경쟁력으로 꼽았다. 세단부터 SUV, 전기차·하이브리드·가솔린차 등 다양한 차종 생산이 가능해 효율성을 높였다. 4개의 플랫폼에서 8개의 모델을 생산하는데 다른 공장에서는 찾기 힘든 특징이다.
이런 노력으로 부산공장의 품질은 객관적 결과로 보여준다. 차량 100대당 품질 부적합 건수를 말하는 DPHU는 2020년 56건에서 30% 줄여 지난해 39건으로 르노그룹 내 부산공장은 2위를 차지했다. 공장생산이 완료된 차량 중에서 매일 8대의 차량을 선정해 고객의 관점에서 품질검사하는 SAVES도 르노그룹 내에서 1등이다. 차량 판매 후 3개월 내 고객 불만도 르노그룹 내 톱 2위이며 지난해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전년도 3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또한 품질 개선뿐만 아니라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자동차운반선(PCTC)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지만,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컨테이너를 동원하며 어려움을 극복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신차 출시 계획이 없어 수출이 중요한 시점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자동차 운반선이 부족해지고 운반비용도 오르면서 수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르노코리아는 전체 수출 물량 10% 정도를 전용운반선 대신 컨테이너에 자동차를 싣는 묘안을 냈다.
새로운 수출 경로를 찾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비용 절감 효과도 취했다. 컨테이너 적재 방식은 부산항과 가깝다는 부산공장의 지리적 이점, 40피트 컨테이너 하나당 자동차 3대를 적재하는 방식 등으로 전용선을 이용하는 것보다 10% 운송비가 적게 든다.
이날 르노코리아는 컨테이너에 자동차를 적재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컨테이너에 첫 번째 차가 후진해서 들어가고 네 바퀴를 고정시킨다. 두 번째 차량은 첫 번째 차량의 보닛 위 공간에 들어갈 수 있도록 경사진 철제 구조물(사다리) 공간을 만들어 고정시킨다. 컨테이너에 나란히 넣으면 2대밖에 싣지 못하지만, 고정 방식을 연구해 3대까지 실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중고차가 아닌 신차를 컨테이너에 싣는 것이기 때문에 운송 중 파손 우려도 있었지만 2개월 간의 테스트를 통해 문제를 해소했다.
일정을 마무리하며 이해진 본부장은 2030년 부산공장 목표를 ‘미래 전기차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현대화와 디지털 공장으로 전환’이라고 밝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100% 디지털 트윈과, 에코 프렌들리 산업체계 구축 등을 할 계획이다. 7년 뒤 다시 이곳을 방문했을 때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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