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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양향자 신당'…서생적 문제의식은 OK, 상인적 현실감각은 글쎄


입력 2023.06.27 01:07 수정 2023.06.27 01:07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 성료

"대한민국의 과거, 수고했다" 도발

블록체인 내세워 '돈봉투' '밀실공천'

'대의원 과대대표' 등 구악 일소 약속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신당 '한국의 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양향자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 '한국의희망'이 창당발기인대회를 성료했다. 발기인대회에서 선보인 '서생적 문제의식'은 합격점이지만, 현실정치에서의 세(勢)가 미약하다는 점에서 과연 신당이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는 관측이다.


한국의희망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 K-BIZ홀에서 창당발기인대회를 열었다.


300석의 좌석이 만석이 된 현장에는 정장에 넥타이까지 갖춰입은 노·장년층과 캐주얼하게 차려입은 청년층, 법복을 입은 스님까지 각양각색의 발기인들이 모였다. 한국의희망 측은 창당발기인 1023명 중 남성이 56%, 여성이 44%이며, 연령별 구성도 △20대 이하 9% △30대 21% △40대 28% △50대 21% △60대 13% △70대 이상 8%로 균형잡혀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창당 주도 세력의 기성정치를 향한 문제제기는 시의적절하면서도 도발적이었다.


양향자 의원은 "정치가 '이대로도 괜찮다'와 '이대로는 안된다'의 싸움일 것"이라며 "여러분 모두 '이대로는 안된다'에 서셨다. 그런 여러분이 한국의 희망을 여실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가 한계에 이르렀을 때 사회는 극심하게 분열되고 진영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포퓰리즘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되고 부정부패는 만연하게 된다"며 "이제는 건너가야 한다. 과거의 익숙함으로부터 완전한 결별이 한국의희망이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라고 밝혔다.


대표발기인으로 나선 최진석 카이스트 AI대학원 초빙교수는 연설의 시작과 끝에서 "대한민국 과거 여러분, 그동안 수고 많았다. 대한민국 미래 여러분, 환영한다"고 외쳤다. 대놓고 기성정치 세력을 '대한민국의 과거'로 칭하면서 "수고 많았다"고 종언을 고한 것이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거대 양당을 겨냥해 "대한민국의 정치는 '이게 나라냐'와 '이건 나라냐'라는 맹목적 싸움으로 서로 적대감만 키우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며 "적대적 공존 말고는 다른 정치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 같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날 한국의희망은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신당이 차별화되는 핵심 지점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내세웠다. '블록체인 기술'이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자금세탁 의혹으로 대중적 이미지가 오염됐으나, 이를 선용(善用)해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밀실공천, 대의원의 과대대표 등 기성정치의 구태를 일거에 일소하겠다는 것이다.


양향자 의원은 "블록체인 기술이 불행히도 코인과 게임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사행성'이라는 완전히 안 좋은 인식이 돼있다"면서도 "첨단의 기술이 가진 투명성·불변성·안정성을 바탕으로 한국의희망은 돈봉투 사태와 같은 부패를 원천 차단하고, 공천의 공정성을 보장하며, 당대표의 독선과 대의원의 과대대표 구태를 시도조차 못하게 막겠다"고 천명했다.


최근 논점이 되고 있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문제도 건드렸다.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등 시의성 있는 현안을 끌어들여 신당의 차별성을 부각하고자 하는 시도가 돋보였다.


양 의원은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존경받지 못하는 것은 능력도 없이 특권만 누리고, 정작 국민의 삶은 외면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의희망은 국회의원의 모든 특권적 지위·혜택·지원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역 의원 가세 없고 대권주자도 부재
"인생 제대로 산 여러분이 거물" 회피
국힘 통합설·수도권 공천설 강력 부인
"단 한 번도 그런 생각 해본 적 없다"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신당 '한국의 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처럼 이날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는 기성정치, 거대 양당을 향한 도발적인 문제제기와 이를 극복하겠다는 신당의 약속이 나름대로 제시됐다. 그러나 현역 국회의원들의 불참, 국민들이 기대를 걸고 바라볼 대권주자의 부재 등 신당의 성공 가능성에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의문 부호를 향해서는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향자 의원의 연고이자 지역구인 호남이 낳은 정치지도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생적 문제의식'은 뛰어났으나, '상인적 현실감각'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늘 "정치인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양 의원은 이날 창당선언문을 낭독하는 과정에서 "양향자가 가능할까. 대권후보가 없는데 가능할까. 그 불신을 버리는 순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초 배포된 원고에는 없는 대목이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대권주자 없는 신당'을 향한 의구심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10만 명만 모이면 단숨에 양당을 위협하는 유력 정당이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50만, 100만을 넘어 최대 정당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도 했다.


흔히 국회의원을 십만선량(十萬選良)이라고 한다. 국민 10만 명이 선출한 대의대표라는 뜻이다. 지금은 인구가 늘어 국회의원 한 명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20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가 필요하다. 국회의원 한 명이 신당에 가세하면 국민 20만 명이 가세한 것과 동급이다. 단순히 당원의 숫자만을 가지고 '최대 정당'을 논할 일이 아닌 셈이다.


한국의희망에 쏠리는 언론의 관심도 창당을 주도하는 양 의원이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점에 덕 본 측면이 상당하다. 이날 현재 중앙선관위에는 48개의 정당이 등록돼있지만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원외 정당에 대한 관심은 처참한 수준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희망의 창당발기인대회에 추가적으로 가세한 현역 의원이 없었다는 점은 신당의 동력에 의구심이 들게 하는 요소다. 유일하게 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10분간 머물며 축하 인사를 건넨 뒤 떠났다.


현역 의원이 없더라도 대표발기인 중 국민의 시선을 잡아끌만한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인물'이 있었다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 이날 선보인 14인의 대표발기인 중에서 현역 의원인 양 의원 다음으로는 최진석 교수가 가장 거물급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 교수도 지난해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중앙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을 이미 지냈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창당발기인대회 직후 현장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양향자 의원은 "관심 보이는 (현역 의원) 분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지금 소속된 정당의 알을 깨고 나올 분은 없을 것"이라며 "나는 의원이 몇 명 참여하느냐에 관심이 없다. 국민이 얼마나 참여해주느냐가 관심"이라고 비껴갔다.


'거물'의 부재에 관한 의문에도 "누구랑 같이 하느냐. 대표발기인들이 앞에 계시다"며 "인생을 제대로 살아온, 영웅적인 삶의 궤적을 살아온 분들이 여러분들이다. 여러분이 바로 거물"이라고 답했다.


오는 8월까지 계속될 시·도당 창당과 중앙당 창당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대권주자 없고 현역 의원의 가세가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신당이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총선 직전 거대 양당 중 하나와의 통합설, 양 의원의 수도권 공천설 등도 완전히 불식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향자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100명 중 99명이 '(내가) 국민의힘으로 가서 수도권 공천을 받아 출마를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기존의 (정치)문법에서 주신 질문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총선을 앞두고 절박한 심정에서 신당을 창당했다. 당연히 내년 총선은 (수권으로 가는) 과정일 것"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국가운영이다. 2027년에 (한국의희망이) 집권 능력을 갖추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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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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