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맞드는 백지장 지금 상태면 찢어진다"
이낙연 전 대표·박지원 전 국정원장 발언에도
"당내통합 해친다" 반발…"자기 정치" 비판도
조응천 "굉장히 혼란한 상황으로 빠지게 될것"
더불어민주당이 원외 인사들이 촉발한 설화에 시름하고 있다. 원로급 원외 인사들이 당의 분열을 부추기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계파 간 갈등도 더 악화되는 모양새다. 이들이 내년 총선 출마를 고리로 당 분열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시각까지 나오는 만큼, 향후 이들을 향한 눈초리는 더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전날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간 회동과 관련해 "이 대표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는데, 백지장을 맞들었는데 방향이 틀리면 찢어진다. 지금 상태로는 맞들면 찢어진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 전 대표의 귀국에 대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며 조속한 회동을 촉구한 바 있다. 추 전 대표의 발언은 두 사람은 방향성이 달라 만나도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회동 자체를 평가절하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 3일 KBS 방송에 나와 "이낙연 대표도 재·보궐 선거 때문에 내가 퇴장해야 된다고 하면 안 됐다"라고 날을 세운 이후 재차 이 전 대표를 저격한 발언이기도 하다.
강도 높은 발언에 당내에선 즉각 추 전 장관을 향한 반발이 감지됐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추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재명 대표는) 어떻게든 당력을 모아가야 하는 입장인데 비해 추 전 장관은 결이 다른 사람(이낙연 전 대표 등)하고는 갈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라며 "안 그래도 취약한 상황에서 이게 구심력을 가장한 원심력으로 작용을 하게 되면 굉장히 혼란한 상황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민석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추 전 장관이) 이낙연을 때려서 이재명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 하는데, 당의 지도자라면 통합을 해야 한다"며 "골치가 아프다. 분열을 초래하고 있어 다수의 의원이 불편해한다"고 비판했다.
자신의 장관직 사직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날을 세운 탓에 추 전 장관을 향한 당내 시선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추 전 장관의 발언들이 야권 내 계파 갈등으로 비칠까 노심초사하며 일제히 자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그의 입을 막을 수 없는 모양새다. 앞서 추 전 장관은 수차례 문 전 대통령이 2020년 12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법무부 장관이었던 자신을 사실상 경질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당내에선 추 전 장관의 발언이 분명히 문제가 있으며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전날 저녁 CBS라디오에 나와 "(추 전 장관이)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서 억하심정이 있는 것"이라면서도 "대통령과 장관 관계라는 게 대통령이 장관을 경질한다고 해도 인사권자고 헌법적 권한인데, 그 판단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추 전 장관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어떻게든지 민주당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분들"이라며 "그냥 그게 가십성 이슈는 될 수 있겠지만 진지하게 이낙연-이재명 두 분이 만나는 데 걸림돌이 되거나 사이를 벌려놓을 만한 정도의 이슈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추 전 장관의 발언들을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선 추 전 장관이 자신이 5선을 지냈던 서울 광진을 지역구 출마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 상황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추 전 장관의 출마설과 관련해 "참새들이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도 있다"며 "이낙연 전 대표는 내년 총선은 출마하지 않겠다고 이미 말했지만 추 전 장관이나 송영길 전 대표 이런 분들은 출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 역시 추 전 장관의 최근 언행들이 모두 총선 출마를 위한 복선으로 해석한 것이다.
안민석 의원도 "추 전 장관이 총선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전망했고, 조응천 의원은 아예 "(추 전 장관이) 민주당 내에서 정치를 하려는 마음은 없는 것 같다"며 "결국은 조 전 장관과 손을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당내에서 추 전 장관을 향한 비판만이 들끓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당의 통합을 저해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한 반발 여론도 감지되고 있다.
박지원 전 원장은 이낙연 전 대표의 행보를 "도의상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나 국민은 정치 행위로 본다"며 "이 전 대표는 합리적인 분이기 때문에 민주당과 당원들이 걱정하는 그러한 것에 대해서 화답을 할 때"라고 이 대표와의 회동을 촉구했다.
안 의원도 이 전 대표를 향해 "자신이 만든다고 대권의 길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통합보다는 갈등과 논란을 일으키는 행보를 하고 있는데 당의 분열을 촉진한다"는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최근 당내 분란을 부추기는 요인이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붕괴된 원내 뿐만 아니라 원외에서도 지속해서 등장하고 있단 점이다. 특히 대여 투쟁을 위한 단일대오에 나서도 모자란 상황에서 당의 원로급 인사들의 언행이 오히려 분열을 촉발시킨다는 점에서 비토 여론이 상당한 상황이다.
실제로 원외 원로 인사들의 발언들로 당내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자, 이상민 의원은 지난 4일 "친명과 비명의 뜻이 같지 않으면 함께 가기가 힘들다.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추미애 전 장관은 물론이고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차기 총선을 바라보고 자기정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며 "공천 경쟁에 들어가려면 아직 몇 개월 남은 상황인데 벌써부터 이런 모습을 보이는게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