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논의 위해 열린 과방위, 민주 불참
장제원 "우주 경쟁 뒤쳐지면 민주당 책임 져야"
무소속 박완주, 의사진행발언 후 항의하며 퇴장
여당만 참석한 반쪽회의…우주청 출범 '안개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우주항공청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두 달가량의 파행을 뒤로 하고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보이콧에 반쪽회의로 진행됐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통과시켜줄 경우 장제원 과방위원장이 사퇴를 하겠다는 선언까지 내놨지만, 민주당이 협조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우주항공청의 출범이 더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과방위는 26일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등을 출석시켜 업무보고를 받았다. 여야 간사는 막판까지 의사일정 합의를 위해 노력했으나 민주당은 장제원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개의했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장 위원장 선출 후 두 달 만에 열린 첫 회의다.
우선 장 위원장은 "그동안 상임위가 열리지 못한 점에 대해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하면서 일어나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어 "우리는 어제까지도 여야 간사 간 의사일정 합의를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오늘 내가 직권으로 회의를 개의한 것은 과방위를 하루빨리 정상화시키기 위한 위원장으로서의 결단임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며 "우주 무한 경쟁 시대에 대한민국이 뒤쳐지면 책임은 오롯이 민주당이 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장 위원장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8월 내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통과시켜준다면 과방위원장 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장 위원장은 26일 과방위 전체회의, 31일 우주항공청 공청회 실시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장 위원장은 "내가 직을 건 것은 파옹구우(破甕救友)의 심정으로 국민들이 내게 준 소명을 완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자 최후의 수단"이라며 "과학기술 입법이 주업무인 국회 과방위에서 실기한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민주당 위원님들이 조건없는 과방위 복귀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여야 간 합의되지 않은 일정이라며 전체회의를 31일에, 공청회를 8월 17일에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법안소위원회 개최는 다음달 25일로 잠정 결정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전체회의 불참을 결정한 후 기자들과 만나 "간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회의를 통보했다"며 "일방적인 회의 개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이 우주항공청 논의에 반발하는 이유는 이동관 특보의 방송통신위원장 지명 철회와 KBS 수신료 통합징수 강제 법안의 소위 회부 문서화 등 다른 현안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장 위원장은 "민주당은 이달 31일 전체회의, 8월 17일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공청회, 25일 법안소위 개의를 제안했다"며 "도대체 왜 한 달 뒤에 공청회와 소위를 열어야 하느냐. 민주당은 그렇게 한가하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과방위 민주당 의원들은 우주항공청 특별법에 대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신청했다. 민주당 소속 과방위 의원 일동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제원 위원장은 지난 주말 느닷없는 사퇴 쇼에서 26일 전체회의, 31일 공청회 개최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며 "장 위원장에게 맡겨두었다간 우주개발전담기구 설립 논의가 끝없이 표류할 것이 자명하다. 관련 법안들에 대해 국회법 제57조의2에 따른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 야권 전체가 불참한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가 보좌관 성추행 혐의를 받아 당을 탈당한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장 위원장의 시정과 이종호 과기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회의 안건으로 법안이 한 건도 상정되지 않았고, 여야 합의가 안됐다며 상임위 출석을 하지 않았던 이 장관이 이날도 여야 합의가 없었음에도 이중적 태도로 참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주항공청과 관련해 관련 기관과의 관계 설정 등 더 따져야 할 부문이 많은 데다, 법안 검토에 필요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이 주어진 시간을 넘겨서까지 발언을 이어가자, 국민의힘측 의원들은 장 위원장을 향해 "공정한 절차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발언을 제재해달라고 했다.
이에 박 의원은 "내가 정당하게 요구를 하는 것을 왜 막나"라고 항의한 뒤 "이렇게 일방적으로 회의 진행을 하면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며 개의 20분 만에 바로 퇴장했다. 이후 회의는 야권 의원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반쪽짜리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