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수명 비례해 투표권' 발언 논란
신주호 "민주주의 부정 반헌법적 발상"
박대출 "어르신 폄하 DNA…석고대죄해야"
野 수습 진땀 "중학생 아이디어 왜곡말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소위 '여명 비례 투표'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어르신 폄하 발언이 또다시 나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혁신위는 '왜곡'이라며 부랴부랴 뒷수습에 나섰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31일 논평을 통해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여명 비례 투표'를 언급했다. 평균 수명에서 개인의 나이를 뺀 뒤, 남은 수명에 비례하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논리"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1인 1표라 어려움이 있지만, 미래가 짧은 사람과 노인의 1대1 표결은 옳지 않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갈수록 곤두박질치는 민주당 지지율과 청년층의 외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어르신 폄하와 막말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한 뒤 "제대로 된 진단 없이 제일 쉽고 잘하던 방식인 '갈라치기' 전략을 활용하려는 시도이자,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부정하는 반국민·반헌법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껏 터져 나왔던 민주당의 어르신 폄하는 민주주의의 '평등선거' 대원칙과 반하는 주장으로,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할 뿐"이라며 "당을 혁신하라고 만든 혁신위가 민주당의 비상식적 논리 답습을 넘어 더욱 허무맹랑한 주장만 펼치니, 혁신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고 질타했다.
앞서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전날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2030 청년 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둘째 아들이 22살이 된지 얼마 안 됐는데 중학교 1~2학년일 때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는 질문을 했다"며 "(아들의 주장은)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아들)의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로 여명까지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더니 "되게 합리적이죠?"라고 자리에 참석한 이들에게 반문하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다.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 표결을 해야 하느냐"라고 했다.
이와 관련,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르신에게 '미래 짧은 분들'이라니, 민주당의 미래가 짧아질 뿐"이라며 "혁신위인지, 호신위인지 헷갈리게 하더니 결국 사고를 쳤다.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계산법이 빚은 막말 참사"라고 꼬집었다.
특히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민주당의 '어르신 폄하 DNA'가 또 다시 고개를 든다"며 "경륜과 경험을 바탕으로 나라 걱정하시는 어르신들이 민주당에게는 반가운 존재가 아닐지 몰라도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석고대죄가 필요해 보인다"고도 했다.
박 정책위의장의 발언처럼 민주당은 과거 '어르신 폄하' 발언으로 수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지던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60세 이상은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시라"는 발언으로 역풍을 맞았던 게 대표적이다. 같은 해 유시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도 "50대에 접어들면 뇌세포가 변해 사람이 멍청해진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혁신위는 이날 오후 부랴부랴 입장문을 내고 뒷수습에 나섰다. 혁신위는 입장문에서 "김 위원장은 어제(30일) 청년들과 가진 좌담회에서 아들이 중학생 시절에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인 1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또한 "우리 정치는 세대간·지역간·계급간 불균형을 조정하고, 과소대표되고 있는 주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며 "예시로 꺼낸 중학생의 아이디어를 왜곡해 발언의 취지를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을 정쟁적으로 바라보는 구태적인 프레임이자 전형적인 갈라치기 수법"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