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 등 공법상 장점 있지만, 수평 하중 취약
“공법 자체 문제라기 보단 설계, 감리, 시공 과정 누락 문제”
무량판 구조 도입에 대해선 업계 의견 ‘분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가운데 15곳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뉴시스
무량판. 없을 무(無) 대들보 량(梁), 말 그대로 ‘대들보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대들보(빔) 없이 기둥 위에 철근 콘크리트 판(슬래브)을 바로 얹는 건설 공법이다.
1995년 붕괴 사고가 난 삼풍백화점은 바로 이 무량판 구조였다. 당시 부실하게 불법 증축한 무량판 구조의 옥상부가 냉각탑(대형 실외기)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내려앉으면서 15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대참사로 기록됐다.
이후 사라졌던 무량판 구조가 최근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에도 적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91개 단지 가운데 15곳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됐다.
무량판 구조는 벽식 구조에 비해 공기를 단축할 수 있어 그만큼 인건비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또 벽 자체가 없기 때문에 내부 전체가 개방형 구조로 조성돼 공간 활용성이 높다.
이한준 LH 사장도 지난달 31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무량판은 인건비가 적게 들고 층고가 낮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2017년 도입한 것”이라며 “자료를 보면 보 철근 및 거푸집 감소로 연간 751억원의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 공사비가 상당히 많이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붕괴 사고와 같은 문제가 무량판 구조의 단점이다. 대들보가 없다 보니 수평 하중에 상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무량판 구조인 공법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설계, 감리, 시공 과정 등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가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도입한거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지만, 발주처와 시공사 등의 입장에서 볼 때도 기존 벽식 구조와 라멘 구조를 대신할 수 있는 선진화 공법”이라며 “제대로 지어지면 문제가 없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바”라고 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량판 구조 자체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아파트가 다 부실시공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하지만 설계부터 감리, 시공하는 과정에서 어찌됐든 누락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무량판 구조는 적절한 설계와 시공이 이루어지면 문제없다”며 “원론적인 얘기지만 원칙에 충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가 열렸다.ⓒLH
다만 공법상 장점에도 불구하고 잇따른 부실시공이 발견된 만큼 무량판 구조 도입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무량판 공법이 신기술·신공법이라고 발주처에서 권장하면 적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민간 건설사에서는 많이 쓰지 않는 공법”이라며 “레고를 조립할 때 설명서대로 모두가 잘 만들면 좋겠으나, 그게 안 되니까 나이 등으로 제한이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만큼 무량판 구조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한 데다, 현장에서의 작업자 역량을 일일이 관리 감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건설사에서는 아파트 등의 건물을 지을 때 무량판 구조가 아닌, 벽식구조와 라멘구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LH를 중심으로 무량판 구조가 확대되고 있지만, 민간 건설사에서는 그리 선호하는 공법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LH는 2017년 무량판 구조를 도입했으며, 2018년부터는 모든 발주 아파트에 적용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법상 장점이 많다 해도 무량판 구조의 안정성 문제가 불거진 만큼 이 공법을 앞으로 계속 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우선은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보완이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