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카오엔터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
불공정 계약 체결…과징금 5억4천만원·보고명령
11개 당선작 중 2차적 저작물 작성권 16개 제작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소설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당선작 저작물 작성권을 가져가고 제한하는 등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하자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24일 대형 웹소설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공모전 당선작가들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한 행위 등에 대해 시정명령(향후 금지명령·보고명령)과 과징금 5억4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원저작물을 각색·변형해 웹툰, 드라마, 영화 등 2차 콘텐츠로 제작·이용할 권리를 뜻한다.
카카오엔터는 국내 웹소설 플랫폼 시장에서 거래액과 이용자 수, 소설 수 1~2위를 다투는 사업자다.
반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웹소설 산업현황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소설 작가들은 대부분 연 소득 3000만원 미만으로 플랫폼 사업자와 현저한 지위 격차를 보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2018~2020년까지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추미스 공모전) 등 5개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 가운데 일부 공모전 요강에 ‘수상작에 대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카카오페이지에 있다’는 조건을 설정했다.
카카오엔터는 5개 공모전에 당선 작가 28명과 당선작 연재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독점적으로 부여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제4회 추미스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 7명에게는 해외 현지화 작품 2차적 저작물 작성에 대해 다른 사업자보다 우선 협상할 권리를 설정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작가와 카카오엔터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작가가 제3자와 협상을 진행하면 카카오엔터에게 제시한 것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3자에 제시하지 못하는 거래조건을 설정했다.
이에 당선작가는 어떤 2차적 저작물(범위)을 언제(시기) 누구(거래상대방)와 제작할지 선택할 권리가 제한됐다.
카카오엔터가 공모전 당선작가와 체결하는 계약서에 일방적으로 설정한 거래조건으로 인해 작가들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1월 기준 총 28개 당선작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210개 유형으로 카카오엔터에 부여됐다. 이 중 11개 당선작에 대한 16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이 제작됐다.
이로 인해 작가가 제작사를 직접 섭외해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할 경우 온전히 원작자인 작가에게 귀속될 수 있는 수익을 카카오엔터와 배분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서도 2차적 저작물을 제작하고자 하는 경우 카카오엔터와 계약을 사실상 강제하는 거래조건을 설정함으로써 작가들이 해외에서 정당한 가치를 얻을 기회가 제한됐다.
이는 저작권법령의 취지, 이를 구체화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창작물 공모전 지침 및 정상적인 거래관행에도 배치되는 행위다.
공정위는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공모전에서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의 권리를 제한한 행위를 엄중 제재함으로써 콘텐츠 시장에서의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구성림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장은 “이번 조치는 공모전 저작권 관련 최초 제재 사례다”며 “만화,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분야 약관의 실태를 면밀하게 살펴보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 권리를 제한하는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콘텐츠 산업 공정거래 기반 조성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와 상생협의체를 운영한다. 표준계약서 제·개정, 콘텐츠 사업자와 창작자에 대한 피해예방 교육 실시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국내 웹소설 시장규모는 2014년 약 2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6000억원대로 약 30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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