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정유정·최원종 자필 편지…두 번 우는 유족들 [기자수첩-사회]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3.10.11 07:07  수정 2023.10.11 08:45

'강력 범죄자' 정유정과 최원종, 구치소서 작성한 자필편지 언론에 당당히 공개

반성보다는 범죄 저지르게 된 계기 변명 내용만 가득…모방 범죄자들 따라할 수도

피의자들 심정 담긴 편지, 직계가족 아닌 '제삼자에게 발송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입법부, 범죄자 자필편지 공개하는 언론 중징계 가능하도록 법안 신설해야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 왼쪽)과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22)ⓒ 데일리안 DB

지난 3일 과외 앱을 통해 알게 된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정유정(23)이 "공판기일 날 기자님들이 너무 많이 와서 속으로 엄청 놀랐다"며 언론에 보낸 자필 편지가 공개됐다. 지난달 1일엔 분당 서현역서 흉기 난동으로 14명의 사상자를 낸 피의자인 최원종(22)이 한 언론 매체에 자필 편지를 보내 "구치소에 한 달만 있었는데도 힘들고 괴롭다. 이런 생활을 앞으로 몇십 년 더 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고 고문을 받는 기분"이라며 구치소 생활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강력 범죄자들의 구구절절한 심정이 담긴 자필 편지가 언론에 공개됨에 따라 유족들은 2차 피해를 보고 있다. 특히 피의자들이 공개한 편지에 담긴 내용을 살펴보면 반성과 성찰보다는 범죄를 저지르게 된 변명으로 자신들을 방어하고 있다. 이는 잠재적 가해자들이 모방 범죄를 일으킨 뒤 자신들의 범행을 합리화하는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언론이 강력범죄자들의 자필 편지를 지나치게 상세히 이슈화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법무부와 교정 당국은 피의자들의 심정을 담은 편지가 직계가족이 아닌 제삼자에게 발송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에 철저히 신경을 써야 한다. 피의자들이 본인의 서사를 읊고 있는 편지를 여론전에 이용함으로써 본인들의 죄를 희석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법으로 당장 규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의 서신이 무분별하게 외부로 드나들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범죄자들도 자유롭게 사회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지 않은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억울하게 희생당한 피해자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유가족들은 그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강력 범죄자들의 자필 편지 공개라는 2차 가해로부터 유가족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이유다. 입법부 역시 강력 범죄자들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는 언론에 대해 징계를 내리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노력이 없다면 앞으로 발생할 강력범죄 사건의 피의자들은 자신들의 죄를 합리화하기 위해 또 다른 자필 편지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그 유족들만 고통에 몸부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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