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교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 비에리 키부츠(집단농장) 주민인 한 남성이 딸의 죽음 앞에서 "인질이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눈물을 보였다.
11일(현지시간) CNN은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 비에리 키부츠(집단농장)의 주민인 토마스 핸드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아내가 몇 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딸 에밀리를 홀로 키워왔다. 에밀리는 지난 6일 친구의 집에서 하룻밤 자고 오겠다면서 외출했다. 이 날은 하마스 대원들이 비에리에 들이닥쳐 민간인을 학살하기 바로 전 날이었다.
토마스 핸드는 딸 에밀리의 생사 여부를 모른 채 꼬박 이틀을 기다려야 했다. 하마스가 침입하고 약 12시간 동안 총격을 피해 갇혀 있던 토마스는 기다림 끝에 딸의 죽음을 알게 됐다.
그는 "이곳에서 폭격 경보는 흔한 일이라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총소리가 들린 뒤에야 친구 집에 놀러갔던 딸을 데려오기에 이미 늦었음을 깨달았다"고 자책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딸이 하마스에 인질로 납치되지 않고 사망했다는 사실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고 했다.
토마스 핸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누군가가 딸을 찾았으나 죽었다고 말했고 저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며 "에밀리의 죽음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 중 가장 좋은 소식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에밀리는 죽었거나 가자지구에 있었을 것이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짓을 하는지 안다면 그것은 죽음보다 더 나쁜 일일 것"이라며 "물과 음식 없이 어두운 방에 갇혀 두려움에 떨면서 매순간 고통 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음은 축복이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민간인까지 납치해 인질로 붙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일부 생존자들은 키부츠에 침투한 하마스 대원들이 주택에 불을 지른 뒤 불길과 연기를 피해 집 밖으로 빠져나오는 민간인들을 무차별 사살했다고 증언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교전이 엿새째 되면서 양측에서 일단 파악된 사망자만 해도 2천500명을 넘어섰다. 로이터 통신은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영 방송 칸을 인용해 이스라엘 측 사망자가 1천3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대상으로 한 공습을 점차 강화하고 있으며,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 남부와 중부 등을 겨냥한 로켓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