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 24세 전부터 부모와 외국서 거주…부모 귀국하자 병역 연기처분 취소
법조계 "연기 인정될 시 외국서 병역 미룬 뒤 부모 귀국하는 방식으로 병역기피 가능"
"인구감소로 국방력 구멍 생길 우려…병역법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 유승준 사건 이후 강화"
"병역이행 계속 거부하면 병무청서 고발·여권 무효화 할 수도…취업 및 국외여행 제한"
부모와의 외국 거주를 이유로 병역 연기를 승인받았다면 부모가 귀국한 이후에는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단기로 병역을 미룬 뒤 국외 거주 명목으로 병역 기피를 시도할 우려가 있어 부모는 계속 국외에 거주해야 해당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유승준 병역기피 사건' 이후 관련 규정들이 크게 강화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행정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최근 병역의무 이행 대상자 A(34)씨가 광주·전남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외여행 허가 및 병역판정검사 연기처분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고 24세 이전 국외 이주 목적으로 출국해 외국에서 살아오고 있다. 병무청은 A씨에 대해 2014-2026년을 기한으로 '부모와 같이 계속 5년 이상 국외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는 사유로 국외여행허가 및 병역판정검사 연기 처분을 해줬다.
그런데 A씨의 부모는 2022년 국내로 입국에 계속 지냈고 병무청은 연기 처분 취소 및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부모와 별도로 미국에서 독립적인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병역 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고자 위와 같은 국외여행 허가 취소사유를 두었다"며 "부모와 별개로 미국에서 독립적인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는데 일률적으로 '침익적'(권익을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것) 처분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군법무관 출신 문건일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만약 외국에서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유를 재판부가 인정한다면 국외 거주 명목으로 1~2년 단기 병역이행을 연기한 뒤 부모가 다시 귀국 함으로써 병역 기피를 시도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며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판정검사를 받지 않으면 병역법 87조 3항에 따라서 병역판정검사의 기피로 해석 돼 6개월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구감소에 따라 사병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 탓에 국방력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만큼 병역 관련해서 행정부, 사법부 모두 최대한 엄격하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른바 '유승준 병역기피 사건' 이후로 병역 관련 조항들이 더욱 강화된 측면도 있다"며 "병역 의무를 촉구하고 준법 의식을 고취시키는 의미의 판례로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법을 적용할 때는 입법취지도 고려하는데 해당 규정은 가족이 삶의 터전을 국외로 이전한 경우 병역 이행 전 가족이 같이 살 수 있게 하기 위해 시행중인 바, 부모가 귀국하면 병역이행 대상이 되는 것이다"며 "수범자에게 시혜적인 규정이니만큼 자칫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고 해당 판결은 해당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법원의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군 법무관 출신 강석민 변호사는 "병역의무 대상 명부에 등록되면 병역판정검사 이행 통보가 이뤄지는데 검사도 받지 않고 연기 신청을 한 상태에서 외국으로 간 경우라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해외에 독립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병역의무자의 국외여행 허가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신상민 변호사(법무법인 에이앤랩)는 "만약 A씨가 병역이행을 계속 거부한다면 병무청에서 고발과 함께 여권 무효화를 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 해외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할 뿐 아니라 취업 제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형사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남성의 병역 의무는 공익적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