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벌기용' 예상 깨고 광폭 행보
與 지도부 '불출마론' 수용할까 관심
면전서 이준석에게 비토 당했지만
탈당 명분 약화시키는 효과 분석도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파격 행보가 향후 국민의힘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희생'을 키워드로 중진·친윤 그룹 불출마를 촉구했던 인 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의 토크콘서트에 직접 참석해 정치권을 놀라게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면하기 위한 '얼굴마담'에 그칠 것이란 평가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인 위원장의 쇄신안에 그간 혁신위를 부정적으로 봤던 홍준표 대구광역시장도 "혁신위원장이 시원하게 질렀다"며 "혁신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반색했다.
홍준표 시장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년 총선 후 바뀐 정치 지형 아래서 다시 시작한다고 했는데 일각에서는 탈당으로 받아들였던 모양"이라며 "이번에는 절대 탈당 안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곧 정계 빅뱅이 올 것으로 보인다. 잘 대처하기 바란다"고 여권발 대격변을 전망했다.
앞서 3일 인 위원장은 2호 혁신안 발표에 앞서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혀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온 바 있다.
관건은 당 지도부가 어느 수준까지 수용하느냐다. 의결을 거친 공식 안건이 아닌 '권고' 형태였지만 마냥 외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당 지도부는 인 위원장의 요청에 말을 아끼며 침묵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입장 표명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발도 없지 않다. 경쟁력이나 성과 등 공정한 기준이 아닌 중진 혹은 친윤이라는 이유만으로 험지에 내보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는 의문에서다. 당의 방침에 반발해 연쇄 탈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결국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요구와 내부 반대 사이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쇄신안' 발표 외에도 인 위원장은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면도 늘리고 있다. 특히 지난 4일에는 이준석 전 대표와 이언주 전 의원이 부산에서 개최한 토크콘서트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물론 이 전 대표는 개별 만남을 거부한 채 "당신은 오늘 이 자리에 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거리를 뒀다. 무엇보다 영어를 사용했는데, 인 위원장이 우리와 같은 '민주주의 언어'를 쓰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정략적 목적으로 해석된다.
개별 면담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인 위원장의 성과가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감으로써 이 전 대표의 탈당 명분 및 원심력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점에서다. 이 전 대표의 발언에 인 위원장은 "영어를 나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다"며 유쾌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나아가 이날 MBN 인터뷰를 통해서는 "(이 전 대표를) 안으려고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면서 "기차 타고 올라오면서 끙끙 앓았다. 저 양반 마음을 좀 푸는 방법을, 이번에는 실패했지만 또 만나서 풀어야겠구나 (생각했다)"며 재차 통합 의지를 피력했다.
한편 인 위원장은 이번 주 내놓을 3호 혁신안으로 여성·청년 관련 내용을 준비 중이다. 2호 혁신안의 키워드가 '희생'이었다면, 3호는 '다양성'이라고 혁신위는 전했다.
혁신안 발표에 앞서 대구를 방문해 청년들과 이야기를 대화하는 자리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인 위원장은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공개가 되겠지만 박근혜 대통령도 한 번 뵙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