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기업·농협은행 부실채권 '눈덩이'…특수銀 '혹독한 겨울'


입력 2023.11.23 06:00 수정 2023.11.23 10:16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업 3조원, 농협 1조원 돌파

고금리·경기둔화에 부실률↑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안내문 앞으로 고객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 등 특수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올해 들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고금리 여파에 경기둔화까지 겹치며 차주대출자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당장 문제가 불거질 수준은 아니지만, 건전성 관리에 더욱 고삐를 죄야 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 말 고정이하여신 액수는 3조757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4.3%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말로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금융사들은 대출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눈다.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기업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0.85%에서 1.0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0.2~0.3%대인 것을 감안하면 신용위험도가 높은 수준이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중소기업 대출을 압도적으로 많이 취급하다보니 부실채권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실제 기업은행이 3분기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31조702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81.1%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국내 기업의 부실 위기가 높아지며, 기업은행의 부담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은행이 떠안은 회생기업 부실채권도 5000억원에 육박했다. 3분기 기업은행이 보유한 회생기업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3396억원으로 지난해 말(1340억원)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기업은행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3분기 말까지 1748억원 규모의 회생기업 부실채권을 매각했지만, 이같은 증가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4분기 추가 매각도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연간 회생기업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지난해 연간 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농협은행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농협은행의 3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1조3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3.5% 증가했다.


농협은행의 총 여신잔액은 297조1232억원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적었음에도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가장 많았다. 나머지 4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국민은행 9889억원 ▲신한은행 8700억원 ▲하나은헹 7690억원 ▲우리은행 6770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0.34%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연체율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농협은행의 3분기 말 연체율은 0.36%로 지난해 말 보다 0.09%포인트 높아졌다. 3분기 5대 은행의 평균 연체율 0.29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농협 역시 경기 악화와 고금리 여파로 여신 부실 비율이 급격히 올라간 것이다.


이같은 악재는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이어졌다. 농협은행은 건전성 지표 악화에 따라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3분기 1조1646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5대 은행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274억원 늘었다. 충당금이 늘어나면 은행 위기 대응 능력은 높아지지만, 영업이익에서 차감되기 때문에 실적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연체가 늘어서 부실채권 규모도 1조원을 넘어섰다"며 "전사적으로 연말까지 부실채권 잔액 규모를 줄여나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