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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지지자만 호응한 '청년패스' 간담회, 청년비하 논란 속 '2030 표심' 구애


입력 2023.11.23 01:00 수정 2023.11.23 01:00        데일리안 의왕(경기) =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이재명 존경"…상당수 중장년층 지지자들

'쓴소리' 없던 패널들, 섭외 경로 의구심에

관계자 "좋은 고견 주실 분들 선별해 섭외"

李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정책도 검토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역 대합실에서 열린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청년들의 대중교통 비용부담을 줄이자는 취지로 마련한 '월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최근 민주당에 불거진 '청년비하' 현수막과 '여성비하 발언' 논란에 실망한 청년 표심을 다시 끌어오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다만 간담회가 이뤄진 현장에서는 2030세대 청년들보다 대체로 중장년층으로 보이는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의 환호성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정책적인 지지보다 "이재명,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며 이 대표에 대한 신뢰를 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민주당은 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역 대합실에서 열린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를 열어 여섯 명의 20대 남녀 패널들과 함께 해당 정책의 필요성을 논했다. 청년들은 각각 손에 자필로 쓴 피켓을 들고 있었다. 내용은 '교통비 대신 제대로 된 밥 한끼', '교통비 대신 취미생활을 부담없이' 등이 적혀있었다.


앞서 민주당은 청년세대를 겨냥해 제작한 현수막 시안에서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등의 문구를 게재했다. 이에 '청년 비하'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고, 이를 총괄하는 조정식 사무총장은 결국 "당의 불찰"이라며 사과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하고 청년 표심에 구애하고자 이 대표가 직접 현장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이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어제, 오늘 일정을 확정하고 난 다음에 '쪼잔하게 3만원? 그런 정책이 총선이나 정치에 도움이 되겠느냐. 크고 듬직한, 거대정책과 거대 담론을 얘기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면서도 "우리 국민들 일상적 삶에서 느낀 어려움이나 불편함이 정말 여러 곳에 많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동편의를 위한 교통수단(대중교통)"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은 쓸 수 있는 용돈도 많지 않고, 수입도 적은 세대이기 때문에 이 몇만원도 큰 돈이라는 생각을 잘 하기 어렵다"며 "그런데 정부가 워낙 긴축재정만 말하면서 국가예산이 없다고 주장해서 청년만이라도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3만원 청년패스' 제안을 했고, 이건 사실 국가예산도 크게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은 청년패스 예산과 관련해 2900여억원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당초 지난 2일 민생회복 제안 기자회견에서 '예산 증액은 필요없다'던 민주당이었지만, '수도권 일반 국민 전부가 대상'이라고 태세를 전환했다. 명칭은 청년을 내걸고 수도권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교통패스를 도입하기 위해선 예산 증액이 불가피하단 뜻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역 대합실에서 열린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소영 민주당 의원, 이재명 대표, 이개호 정책위의장, 전용기 민주당 의원. ⓒ뉴시스

이와 관련,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청년패스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니 정부에서는 '청년에게만 (혜택을) 주지 말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줘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우리가 일반 국민에 대해서도 '5만원 교통패스'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파격 제안했다.


이어 20대 청년들이 마이크를 잡고 발언에 나섰다. 패널로 나선 청년들은 자신의 월 평균 교통비가 6만원~7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3만원으로 교통패스권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면, 나머지 차액으로 따뜻한 밥 한 끼를 사먹거나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취미생활, 자격증 교재비 등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밥 한 끼를 따뜻하게 먹고, 자격증 책을 산다는 이런 말을 듣고나니 더 절실히, 반드시 청년패스 정책을 시행해야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동조했고, 사회자로 나선 이소영 의원도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는 정당, 청년들의 삶을 든든히 지원하는 정당, 민주당이 그 역할을 하겠다"고 화답한 뒤 간담회는 종료됐다.


대합실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이 대표가 자리를 뜨는 순간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이 그를 에워싸고 "대표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차기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이 뒤섞인 의왕역 대합실은 이 대표에게 질문을 하려던 취재진과도 맞물려 일순간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수많은 인파 사이에 청년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대다수 중장년층의 지지자들이 이 대표를 에워쌌다.


이 대표는 '청년패스 외 다른 청년정책을 준비하는 게 있는지' 묻자 "교통비 부담도 크지만, 학자금 대출 이자 부담도 매우 크다. 학자금 대출이자를 면제해주는 것도 검토 중"이라며 "국민의힘도 동의한 부분인 만큼, 곧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경기도지사 시절 무이자로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던 것도 앞으로 확대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지자들과 유튜버 인파에 밀려 질의 기회를 놓친 취재진들은 민주당 측에 "질문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일정 공지를 왜 했느냐" "기자들을 막을 게 아니라 유튜버들을 막든 해야했던 거 아니냐"며 항의했다.


아울러 이날 패널로 참석한 20대 청년들의 섭외 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민주당이 내놓은 청년패스 정책에 쓴소리 없이 동조해 줄 청년들만 초대한 게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양한 경로로 추천을 받았고, 순수하게 청년패스 정책에 공감하시는 분들과 동의가 되는 분들 그리고 해당 정책에 좋은 고견을 해주실 분들을 선별해 섭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해당 패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분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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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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