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에 우려
은행과 규모·속성 차이에도 금융당국 눈치·신경
내부통제 강화 의지 가늠 척도…지속적 모니터링
증권사들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연합뉴스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증권사들은 규모와 성격 측면에서 은행권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 들어 내부 통제 부실 이슈가 전면에 대두된 상황이어서 리스크 관리 강화 부담도 증대될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증권사들 중에서도 판매 규모가 큰 미래에셋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 6곳에 대한 서면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LS는 주식 종목 및 주가지수를 기초로 한 파생상품으로 만기는 통상 3년이다. 해당기간 지수나 주가가 일정 구간에 있으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로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상환 기회를 준다. 하지만 만기 안에 해당 가격이 40~50% 이상 떨어지면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게 되면서 원금을 보장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당한 투자 리스크가 있는 상품이다.
현재 H지수를 기초로 한 ELS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러한 상품 구조에서 기인한다.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종목으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중국 경제 둔화와 미·중 분쟁 등으로 급락을 이어갔다.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었지만 그해 말 8000대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10월 말에는 5000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이후에도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면서 현재 600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된 홍콩H지수 관련 상품들은 H지수가 고점을 형성하던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2월까지의 기간에 집중됐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다가오는 시점에 지수가 거의 반토막이 난 것으로 그만큼 손실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만기인 내년 상반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을 감안하면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는 못하다.
증권사들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약 3조5000억원 규모로 이 중 약 1조원 이상이 투자 손실 우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내년 상반기 만기 물량이 8조4100억원어치로 손실 영향권에 진입한 물량이 약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은행권과는 차이가 있다.
금액보다도 판매 방식에서 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업계는 강조한다. 은행권과 달리 ELS 판매가 주로 비대면 채널에서 이뤄졌고 고위험상품 투자 경험이 있는 기존 투자자들의 재투자가 다수여서 창구에서 현장 직원들의 권유를 통해 상품 판매가 이뤄진 은행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대규모 투자 손실을 빚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당시 불거진 불완전판매 이슈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금이 주인 은행과 주식이 주인 증권사는 투자자들의 속성에서도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며 “증권사와 거래하는 고객들은 어느 정도 고위험 상품 투자에 노출돼 있고 리스크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 ⓒ데일리안
하지만 비대면으로 판매가 이뤄졌다고 해도 고위험·고난도 상품 가입 절차가 과도하게 간단하게 진행된 점을 놓고 논란이 불거질 소지가 있다.
그동안 불완전 판매 이슈는 대부분 현장 직원들이 고객에게 상품 구조 등을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았을 때 발생했다는 점에서 법적인 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해도 도덕적인 부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올 들어 차액결제거래(CFD)와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꺾기 등 불완전·불건전 판매 영업 행위가 불거졌고 영풍제지 등 시세조종 의혹 사건으로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및 내부 통제 부실 이슈가 전면에 대두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하면서 증권사들의 부담은 한층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금융당국이 선진 자본시장 조성을 위한 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강력한 관리 감독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점도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이유다. 증권사들이 내부 통제 강화에 적극 나서고 리스크관리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이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들에 한층 매서워진 금융당국의 스탠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은 높아진 상태”라며 “이번 사태가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 강화 의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점검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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