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문화재단 예산 20% 일괄 삭감…내년 대한민국연극제 졸속 우려
교육환경개선 예산도 삭감…일부 학교 냉난방 교체 지연 불가피
전국적 이슈 '코타키나발루 연수 술 초과 반입'…'의원국외여비' 존치
용인특례시의회가 내년도 시 예산을 심의하면서 긴축재정을 이유로 시가 제출한 예산 3조2377억원 중 174억여원을 삭감했다. 그런데 주로 삭감된 예산이 교육과 복지 등 예산이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 각 상임위는 지난 7일 용인시가 제출한 2024년도 본예산을 심의하면서 총 60건 174억원의 예산을 삭감했다. 이 가운데 문화복지위원회 단일 상임위에서만 총 42건의 사업 121억여원이 삭감됐다.
삭감된 예산에는 이상일 시장이 추진하는 사업 외에도 지속적으로 해 오던 사회복지 예산이나 경기도교육청 등 타 기관과 매칭으로 이뤄지는 사업들도 다수 포함됐다. 현재의 삭감안이 오는 12~14일 열리는 예결위에서 최종 의결되면, 용인시는 대외적 신뢰도에 타격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상일 시장이 유치해 추진하는 제 42회 대한민국 연극제의 경우 (재)용인문화재단이 맡아서 진행한다. 그런데 시의회 문복위는 재단이 제출한 190억원의 예산 중 일괄적으로 20%인 38억원을 삭감했다. 인건비와 일반관리비, 시설유지비 등 고정성 경비가 111억원에 달하는데, 신규 사업은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대한민국연극제가 내년 6월 용인시에서 20여일간 개최된다. 시는 현재 지역의 자원과 역사성을 활용한 시민 참여형 문화축제를 기획 중이다. 아울러 문화·공연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창조적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무대인 '전국 대학생 연극제'도 함께 기획 중이다.
문제는 대외적 신뢰도다. 연극제는 시 자체 예산만이 아닌 도와 정부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매칭 비율이 맞지 않으면, 지원을 받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약 5만명 이상의 참가자와 관람객이 예상되는데 예산이 부족하면 졸속으로 치러질 것은 뻔한 일이다.
인건비 이하로 예산이 삭감된 산하기관도 있다. (재)청소년미래재단의 경우 내년 인건비만 82억7700만원인데, 상임위에서는 80억2700만원을 의결했다. 재단에서는 내년에 흥덕청소년문화의집과 동천청소년문화의집을 개설할 예정이었으나,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하게 됐다.
독거노인을 위한 일부 사업들도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70세 이상의 홀로 어르신을 대상으로 수도꼭지와 방충망, 형광등 교체와 출장비용을 지원하는 '취약노인가구 생활편의 지원사업' 예산 215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경로당에 양곡을 지원하는 동시에 냉‧난방비로도 사용되는 '경로당 양곡 지원' 사업 예산도 3억 5600만원 중 1억 9400만원이 삭감됐다. 다가올 한파와 내년 여름 폭염에 쓰여질 예산이다.
교육분야 예산도 삭감됐는데 대부분 학교의 낡은 승강기나 냉난방시설, 창호와 교실 바닥 등 노후시설 개선 사업이다. 시는 용인교육지원청과 공동으로 34개 학교에 지원을 할 예정으로 54억원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이 중 10억원이 삭감됐다. 이 사업에는 시 예산 외에도 교육부 예산 164억여원과 도교육청 예산 132억원이 매칭된다. 시에서 예산을 줄일 경우 타 기관의 예산 반영도 줄어들어 일부 학교의 시설 개선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맞벌이나 한부모 가정 부모에 지원하는 방과후 과정 교재교구비도 8448만원으로 절반 가량만 살아났다.
상임위의 입장은 '긴축재정'에 따른 20% 일괄삭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의장이나 부의장 상임위원 장 등 의원들의 업무추진비는 줄지 않고 전년도 예산액인 1억4800여만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의원들이 대외적으로 활동할 때 쓰는 의정운영공통경비는 올해 2억1300여만원에서 3300여만원 증가한 2억4600여만원으로 오히려 올리기로 했다.
특히 지난 8월 용인시의원들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를 방문하면서 '술 초과 반입'으로 논란이 됐던 후, 국힘 소속 시의원들은 해외 의정연수를 가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예산인 의원국외여비는 1억2600만원으로 동결됐다. 의원국외여비는 의원 1인당 390여만원이 배정된다.
이와 관련 한 용인시의원은 "복지 예산을 줄이는 것은 여러 차례 심사숙고해야 하는 문제다. 또 문화 관련 예산도 장기적 안목으로 봐야하는데 예산 심의과정에서 너무 수치에만 집중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특히 어르신들 지원예산이나 학교 시설개선 예산 삭감은 신중했어야 됐다. 여러곳에서 항의전화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삭감안이 예결위에서도 그대로 통과되면 시의회 전체가 욕먹을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