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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역할론' 일축에도…김한길 비대위원장설 주기적 점화 이유는


입력 2023.12.15 00:05 수정 2023.12.15 00:05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김한길 위원장, '통합위에만 전념'에도

'尹 극찬' 10월 이후 다시 열띤 하마평

중도 확장성·선거 전략가 장점에도

민주당 출신, '보수층 거부감'이 문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소상공인 골목규제 뽀개기(규제뽀개기 4탄)' 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이 김기현 전 대표의 전격 사퇴로 인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하면서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다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데다 중도 확장성에 정무·정당에 밝고 정책아젠다를 설정할 능력까지 갖췄지만, 정치적 뿌리가 옛 민주당인 관계로 총선을 앞두고 전통적 보수층의 거부감이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권한대행은 14일 비공개 중진의원 현안 간담회에 이어 최고위원회의까지 잇따라 마친 뒤 출입기자들을 직접 대면해 "중진 대부분이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서는 당내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를 골라야 한다는 점에 의견 일치를 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분"으로 빨리 선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르면 다음 주 비대위 출범을 전제로 하고, 어떤 인물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할지 논의에 돌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전 원내대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안대희 전 대법관, 정상명 전 검찰총장, 함승희 전 의원 등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거론되는 가운데, 비대위 전환론만 나오면 항상 물망에 올랐던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이번에도 예외없이 주요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한길 역할론'은 국민의힘이 지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직후에도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극적인 대선 승리 과정에서 책사 역할을 했고, 여당내 지지 세력이 약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도와 '대통령 신당(옛 열린우리당)'을 조직했던 경륜도 있다. 1992년 총선에 직접 출마한 이래, 숱한 선거전을 직접 뛰거나 지휘한 경험이 있어 '선거 전략 기획의 전문가'로도 통한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왔던 정치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특히 선거 기획과 공천 조정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자"라며 "일례로 2014년 7·30 재·보궐선거 당시 '탈당해서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던 천정배·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 욕구를 설득하고 조정했던 게 김 위원장이다. 이분들은 문재인 대표 시절에는 조정이 안돼 다 탈당해서 출마했다"고 상기시켰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해 새 정부 출범에 조력한 김 위원장은 이후로도 수시로 윤 대통령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치적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도 이런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매우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17일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주요 부처 장관들이 함께 한 만찬 자리에서 "통합위 활동과 정책 제언이 내게도 많은 통찰을 줬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나라에 있는 위원회 중 가장 열심히 일한 위원회가 아니냐"라고 김 위원장을 치켜세웠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거나 윤석열 대통령 중심으로 일종의 '재창당' 과정을 거친다면, 그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다만 김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선임설과 관련해 아직까지 별다른 연락이나 언질은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위 관계자도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통합위에서 연말 봉사 등을 계획하고 있긴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가 들린 건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김 위원장 본인이 최고의 정무 전문가다보니 본인이 나서야할 시점인지 아닌지는 누구보다도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총선을 앞두고 거대 정당의 지도적 위치에서 갖춰야할 여러 덕목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통적 보수층의 거부감 등 본인이 나섰을 때 뒤따를 수 있는 여러 잡음도 신중히 고려에 넣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한길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 (국민의힘의) 기존 지지층에게 어떻게 통과가 될 수 있겠느냐"며 "민주당 출신으로 보수층이 거부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자칫 발전적인 논의가 어려운 난타전으로 번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점이 오히려 '당정관계 수평화'를 외치는 당내 일각의 세력으로부터 견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한길 비대위원장 설이 무성하다. 오보이길 바란다"며 "국민은 다 아는데 우리만 회피한다. 바뀌어야 할 것은 용산이고 대통령이다. 그에 맞는 비대위원장이 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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