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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으로 차별화”…주류업계, 공병 공용화 협약 무력화되나


입력 2024.01.10 07:10 수정 2024.01.10 07:10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소주병 공용 규격 깬 제품 잇따라 출시

제품 차별화‧다양화 등 브랜드 개성 병에 담아

“재활용률 유지”…생산 원가도 낮아 장점 크다는 의견도

서울 용산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마트 관계자가 공병을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주류업계가 MZ세대의 눈길을 끌기 위해 다양한 소주 병을 잇따라 도입하면서, 소주 공병 공용화 자발적 협약이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공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주류사마다 동일한 소주병을 사용해 왔지만 최근 제품 차별화 및 다양화 등을 이유로 이형병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소주병이라고 하면 ‘초록병’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주류업체들이 2009년 소주병을 공용화해 공병 재사용률을 높이고 빈 병 수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기로 자율적 협약을 통해 합의하면서 제조사 상관없이 녹색의 동일한 크기,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일반적으로 소주병은 7회가량 재사용이 가능하다. 출고가에서 새 병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30%에 달해 소주업체들은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병을 재사용하고 있다. 주점이나 편의점에서 공병이 반환되면 재활용을 위한 공정절차를 거쳐 병을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색깔의 소주병은 협약 이후 98%가 초록색 병으로 통일됐다. 공병의 제조원가는 신병의 3분의1 수준이다. 신병 제조원가가 150원 정도인데 공병은 세척비 등이 50원 꼴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공병 재활용률을 높일수록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가 2019년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면서 소주병 공용화 협약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하이트진로는 출시 당시 1970년대 레트로 감성을 콘셉트로 하늘색 병을 적용했다. 진로이즈백은 출시 7개월 만에 1억병이 팔리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당시 경쟁사인 롯데칠성음료는 하이트진로를 비롯한 경쟁사들의 이형병 출시에 대해 환경 문제 등을 거론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롯데칠성은 하이트진로가 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진로 공병 수백만병을 쌓아두고 돌려주지 않기도 했다.


결국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는 10년 전 합의한 조건에 따라 병당 10.5원에 병을 교환하기로 하고 갈등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회와 환경단체 등에선 진로이즈백 공병 회수율과 재사용률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며 이형병 사용 논란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하이트진로 외에도 다양한 소주업체들이 마케팅 차원 혹은 제품의 특색을 잘 나타내기 위해 이형병을 채택하고 있다. 제주도의 대표적인 지역 소주 ‘한라산’은 제주도의 청정함을 강조하기 위해 투명 병을 사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2022년 ‘새로’를 출시하면서 이형병을 채택했다. 소주하면 떠오르는 녹색 병의 이미지를 과감히 깨고 투명한 병에 소주를 담았다. 도자기를 모티브로 한 용기에 물방울이 흐르는 듯한 세로형 홈을 적용하고, 병도 기존보다 둥그스름하게 바뀌었다.


향후에도 다양한 소주 병이 나올 것이라는 게 주류업계의 설명이다. 소주는 내용물로 차별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품 이미지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인 탓이다. 특히 요즘 젊은 소비자들이 시각적 효과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패키지로 제품의 특징을 살리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녹색 공용병은 공병 재활용에 있어 장점이 있지만, 브랜드 간 차별점이란 측면에선 한계가 컸다”며 “최근에는 각 브랜드의 독특한 개성을 담은 다양한 패키지의 등장으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밌는 점은 90년대 중반에는 ‘경월 그린’이 소주의 부드러움을 표현하는 상징하는 색이었다면, 진로이즈백과 새로 출시가 된 이후 ‘녹색병=센 소주’, ‘투명병, 푸른병=부드러운 소주’ 라는 인식이 자리 잡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류 자체가 마케팅 제한이 워낙 많고 음용층이 좁아지고 줄어드는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에 새로움을 부여하고 환기 차원의 활동들이 지속적으로 필요한게 사실”이라며 “제품 차별화, 브랜딩, 콘셉트를 살리기 가장 적합한 병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병이 재활용률이 떨어진다는 점도 업계서는 오해라고 입을 모았다. 초록병의 경우, 회수 후 각 제조사에서 바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형병은 회수 후 해당 제조사로 이송 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후 처리 과정에 따른 분실과 파손 가능성이 염려되고 있지만,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재활용률에 있어 초록병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이형병은 해당 제조사로 선별 후 배송을 해야 하는 추가작업이 필요하다”며 “이형병을 사용하면 출시 초기엔 공용병과 비교해 신규 제작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는 마진에 있어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그렇다고 제품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높아진 원가를 출고가에 부담하기도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이형병 역시 꾸준한 생산을 통해 공용병과 비슷한 비율이 된다면 출시 초기의 원가 부담은 해결된다. 출시 초기 신병 제작에 따른 원가 부담을 마케팅 비용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투명병이 오히려 초록병 대비 가격은 더 낮다. 후발로 시작한 소주 브랜드가 많아서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채택하기도 한다”며 “투명병을 한다고 해서 병값을 가격에 포함해서 더 가격이 오르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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