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상식' 3인방 이어 李도 탈당
세력화 성공한다면 분당 현실화될 듯
당내서는 "저급한 노욕"…거센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쪼개졌다. 총선을 90일 앞두고 '원칙과상식' 3인(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에 이어 야권의 '대권주자' 타이틀을 가진 이낙연 전 대표가 탈당하면서다. 거대 양당 기득권 구도를 타파하는 다당제 정치 실현을 포부로 밝힌 이 전 대표가 세력화에 성공한다면, 민주당의 분당 규모는 커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의 민주당'과의 작별을 공식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나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민주당은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당내 비판자와 나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 받았다"며 "그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다.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한다"며 "정권은 검찰의 칼로 세상을 겁박하고, 다수당은 의석수로 방탄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방탄하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그런 현실을 바로잡자"고 말했다.
또 "극한의 진영 대결을 뛰어넘어 국가과제를 해결하고 국민생활을 돕도록 견인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며 "그 길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힘을 모아야 한다.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원칙과상식' 3인방과 공동 창당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원칙과상식은 박원석·정태근 전 의원 등이 이끄는 '당신과함께'와 신당 창당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당 전면에는 원칙과상식 3인방과 당신과함께가 나서고, 이 전 대표는 창당준비위원장 등을 맡지 않은 상태에서 신당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등과의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뜻을 같이 하는 사람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며 "뜻이 같은 사람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출범 이후 양당은 서로 사활을 걸고 투쟁만 하다보니 정작 국민을 위해 할 일을 소홀히 했다"며 "국민을 위해 합의하고 생산해내는 정치로 바꾸는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야권 제3지대의 성공 여부는 유의미한 세력화에 달렸다. 그렇지 않으면 이 전 대표가 탈당 및 신당 창당으로 야권 분열만 촉진시켜, 결국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이 전 대표를 향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129명의 민주당 의원은 이 전 대표의 탈당 기자회견 직전 성명문을 내고 "명분없는 창당으로 민주당을 분열의 길로 이끌어서는 안된다"라며 "단 한 번의 희생도 없이 이 모든 영광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누리고서도 탈당하겠다고 한다. 탈당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전남에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광주·전남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은 이날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전 대표의 탈당과 신당 창당은 당원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국민은 이 전 대표만이 아니라 위기 앞에 하나가 되지 못하는 야권 전체에 냉소를 보낼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 분열은 윤석열 정권에 어부지리를 주는 것이다. 가서는 안 될 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전남도당도 성명서를 통해 "자신이 줄곧 마시던 우물에 독을 뿌리고 도망가는 인간과 무엇이 다르냐. 배은망덕"이라며 "상식을 저버린 무책임한 탈당과 신당 창당은 민심의 거센 질타와 역사의 매서운 심판을 받을 것이고, 신당 창당은 저급한 노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신당 합류 여부에 대해 "정치인의 거취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안되고 정리해야 할 문제가 복잡하다"며 구체적 언급을 일단 피했다.
또 민주당 의원 129명이 이날 자신의 탈당과 신당 창당을 만류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대해 "내가 그분들의 처지였다면 훨씬 더 점잖고 우아하게 말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국민 신뢰를 충분히 받지 못한 것은 단합하지 않아서라 아니라 변화하지 않아서"라며 "그런 말씀을 하시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런 노력을 평소에 당의 변화를 위해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