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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던 건 아닌데”…욕심이 낳은 ‘리바운드’ 효과 [친환경의 역설①]


입력 2024.02.20 07:00 수정 2024.02.20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일회용·수집품 돼버린 다회용기

집마다 텀블러·에코백 가득

친환경 위한 선택, 반사작용 낳아

쓰고 또 쓰는 게 환경 위한 길

지난해 5월 서울시가 텀블러를 가지고 오면 무료 음료를 나눠주는 행사를 했을 때 한 시민이 음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때론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예상 밖의 안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환경 보호를 위해 시작한 일이 오히려 환경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후반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한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운동으로 다회용기(텀블러 등)와 에코백(eco-bag)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다양한 디자인의 텀블러와 에코백을 사용하면서 집마다 이들 제품을 보통 몇 개씩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런 친환경 선택이 뒤따라오는 실천 부족으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의도와 반대로 환경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른바 반사·반동 효과라 부르는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다.


리바운드는 단어 그대로 공이 반작용 법칙에 따라 다시 튀어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에서는 친환경 노력이 반대의 결과를 낳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에코백이나 종이 빨대, 텀블러(Tumbler), 리유저블 컵(reusable cup) 등 다회용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경우다.


소비자들은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 대신 에코백처럼 반복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을 선택했는데, 이런 다회용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리바운드 효과는 대표적인 친환경 활동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일회용 컵을 대체하기 위해 탄생한 텀블러는 최근 음료를 담는 용도로 활용하기보다 장식용으로 수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텀블러를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는 플라스틱 컵의 30배가 넘는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친환경’이라 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202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2019년에 약 266만개, 2020년에 약 298만개, 2021년에 약 303만개, 2022년(9월 기준) 약 259만개 텀블러를 판매했다. ‘일회용 텀블러’란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에코백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패션 아이템 가운데 하나가 될 만큼 대중화에 성공했지만, 이 또한 대량 생산 과정에서 상당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에코백 디자인을 위한 레터링(lettering)이나 사진 등을 인쇄하는 데 사용하는 화학제품만 해도 상당하다. 일각에서는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비닐봉지(플라스틱 백) 대신 사용이 늘어난 종이봉투 역시 리바운드 효과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닐봉지보다는 다소 친환경적이라 해도 종이봉투 역시 최소 3번 이상 재사용했을 때 친환경 가치를 갖게 된다.


2005년 영국 환경성에서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천(면) 기저귀를 세탁할 때 쓰는 물과 에너지, 세제를 계산한 결과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형적인 리바운드 효과다.


물론 이들 제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미는 아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다회용품을 쓰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모든 소비품은 생산 과정에서 일정 부분 온실가스를 발생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텀블러나 에코백 등을 대량 생산할 경우 친환경 효과보다 환경 파괴 영향이 더 클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다회용품은 많이 사용할수록 가치가 발하는 법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관계자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심각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텀블러나 에코백을 사용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데, 방향성이 옳다고 그 결과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며 “특히 이런 열풍에 편승해 기업들이 텀블러, 에코백을 대량 생산하고, 환경보호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면서 무료로 나눠주면 오히려 환경에 해를 끼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책상 가득한 ‘일회용’ 텀블러…“차라리 플라스틱 쓰세요” [친환경의 역설②]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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